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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조영광의 애니팁팡팡-개와 다른 ‘고양이 길들이기’

“강아지는 주인에게 충성하고, 고양이는 주인이 충성한다!”

이 문구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고양이 보호자들은 스스로를 ‘고양이 집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길들이는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강아지는 주인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느끼고 칭찬받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칭찬받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딱히 주인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기보다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고양이와 두뇌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인내심 있게 지혜를 총동원하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결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사실 고양이의 행동을 읽어내지 않고서는 고양이에게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만일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에 고양이가 새로운 행동으로 반응하면, 거기에 대응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계속적으로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반려인은 고양이의 성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기대하지 않은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 고양이에게서는 그때까지 봐왔던 것과는 다른 뚜렷한 개성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다른 누군가와의 공동작업을 함께 해냈을 때 맛보는 성취감과도 비슷하고, 보호자와 고양이 모두에게 매우 행복한 경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개와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젠가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면서 잘해 줬더니 다음날 아침, 쥐를 잡아와서 신발 안에 넣어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고양이의 입장에서 친밀감의 표현이며 선천적인 사냥 본능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게 잘해 줬으니까 나도 선물을 줄게! 쥐는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치 이런 뜻이죠.

사냥 본능을 만족시켜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놀이입니다. 고양이에게 사냥을 할 때와 똑같은 동작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주면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가 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깃털이나 마우스 모양의 장난감이 달려 있는 낚싯대 등으로 고양이의 주의를 끌면 고양이는 지루하지 않고 활기찬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뛰어난 순발력은 가졌지만 지속력이 많이 부족해 장시간 격렬하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놀이시간은 한번에 15분가량씩 하루에 1~2회, 규칙적으로 놀아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놀이가 하루 일과가 되면 고양이가 장난감을 입에 물고 오거나 애교를 부리며 놀아 달라고 보채기도 합니다. 고양이와 자주 놀아줌으로써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반려인과의 교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길들이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다르다. 이것을 먼저 인지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게티이미지 뱅크

또한 고양이를 길들이기 위해서 간식과 클리커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행동을 했을 때 클리커 소리를 내며 간식을 주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고양이는 그 행동에서 간식을 연상하게 되고, 클리커 소리만으로도 행동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리커 훈련법은 먹이를 보상으로 활용하는 훈련이므로 조용하고 방해를 받지 않는 장소에서 시행해야 하고, 간식의 양은 매우 적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반복된 훈련 속에서 비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행동에 하나의 보상만을 줌으로써 고양이가 헷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도 아이를 훈육할 때 절대로 체벌하면 안 되듯이 고양이에게 가하는 체벌은 반항심만 불러오게 되므로 절대로 금물입니다. 조금이라도 고양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오랜 기간 반려인을 멀리하거나 손길을 꺼릴 수 있고, 한번 나빠진 관계를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영광 수의사는?

조영광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53사단 수의장교 대위로 전역했다. 이후 일산 동물병원 및 논현동 그레이스 동물병원 소동물 진료를 담당하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산과학 박사수료 및 개복제팀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산과 진료팀장으로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29살에 총 26개국 474일간의 파란만장한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살자’를 모토로 <미친 수의사, 지도를 훔지다!>, <수의사, 길에서 청춘을 만나다> 등의 저서를 썼다. MBC <세바퀴> ‘별난 의사 특집’에 출연했고 EBS <세계기행테마> ‘아프리카 잠비아편’에 출연해 여행담을 보여줬다. SKY Petpark <마이펫 상담소>에도 출연해 친절한 상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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