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정현 대표가 말한 ‘손에 장을 지진다’는 어떤 의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을 지지겠다는 의미에 대해 “펄펄 끓는 간장에다 손가락을 넣는다는 말”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했지요.

이정현 대표처럼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장담할 때 하는 말”로 ‘손(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 ‘손톱에 장을 지지겠다’ 등의 표현이 흔히 쓰입니다. 하지만 ‘장을 지지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립국어원마저 이 표현의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다고 전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월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7일째 이어진 단식으로 탈진한 이정현 대표 손을 잡고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손에 장을 지지다’라는 표현에 대해 누구는 “이때의 ‘장’은 손바닥 장(掌) 자로 손바닥을 가리키고, ‘지지다’는 말 그대로 불에 지지는 것이다. 따라서 ‘손에 장을 지지다’는 ‘손에 손바닥을 지지다’라는 말이 되므로, 그냥 ‘장을 지지다’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누구는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은 손바닥에 간장을 붓고 손바닥 밑에 불을 땐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면 그 손이 온전할 리 없고, 그 고통은 참을 수도 없다.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은 그러한 고통까지 감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은 말이다”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요. 이들 주장은 좀 억지스럽습니다. ‘장을 지지다’의 ‘장’이 손바닥 장(掌)을 뜻한다는 주장으로는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나 ‘손톱에 장을 지지겠다’ 따위 표현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에 간장을 붓고 손바닥 밑(손등)에 불을 피우는 것’이라는 주장도 매한가지입니다. 특히 그런 행동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로, 그 자체가 억지 주장의 의미를 담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좀 설득력이 있는 주장은 뭘까요? 바로 “‘장을 지지다’의 ‘장’은 손이나 발에 뜸을 뜰 때 만드는 뜸장(약쑥을 비벼서 일정한 크기의 고깔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가리킨다. 아픈 곳에 뜸을 뜨면 고통스럽기는 해도 병이 낫는다. 하지만 멀쩡한 손바닥에 뜸을 뜨면 엄청난 고통만 따를 뿐이다. ‘손(손바닥)에 장을 지지다’는 ‘내 말이 틀리면 그런 고통을 당해 주겠다’는 의미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래야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나 ‘손톱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표현도 가능해집니다. 손바닥보다는 손가락이, 손가락보다는 손톱의 고통이 심하겠죠. 즉 점점 강조된 표현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의견일 뿐이고, 국립국어원은 “속담의 어원에 관한 내용은 객관적인 근거를 들기 어려우므로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정현 대표는 이제 손을 (불 또는 뜨거운 쇠꼬챙이 등으로) 지지거나, 손바닥에 간장을 올려놓고 손등 쪽에 불을 지피거나, 멀쩡한 손에 뜸을 놓아야 하는데, 과연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듭니다. 그래서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