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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2016 스경 드림 어워드①] ‘촛불집회 꿀잼깃발’ 소개해 드림

지난 365일을 넷세상과 숨쉬어 온 스경 기자들이 분야별 순위를 통해 한 해를 정리해 ‘드림’니다.

2016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며 우리에게 웃음, 눈물, 황당함을 준 분들에게 이 상을 드리며 동시에 2017년에는 웃을 일이 가득한 넷세상을 꿈꾸며 오는 해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해 ‘드림’니다.

[연말 특집 ‘2016 스경 드림 어워드’①] ‘촛불집회 꿀잼깃발’ 소개해 드림
두 달 가까이 광화문을 비롯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가 ‘종북 좌파의 선동’이라고 주장해온 분들은 지금부터 소개하는 깃발들을 보면 분명 마음이 달라질거다.

광화문 광장에 펄럭이는 ‘도봉구에 사는 걱정 많은 사람들’ ’게으름뱅이 연합’ ‘강원도 미식가 연대회의’ ‘걱정 많아 잠못드는 신혼부부’ 등 재치 넘치는 깃발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답답해진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줬을 뿐 아니라 우리의 발걸음을 집회현장으로 절로 이끌었다.

고양이,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앞세운 깃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을 풍자한 깃발까지….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등장한 수많은 가상 단체 깃발 중 모르고 지나가면 아쉬운 ‘꿀잼 깃발’을 골라 시상식을 진행한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깃중깃 상 - 고산병연구회

청와대 비아그라 파문이 보도된 후 온라인은 비아그라 풍자물로 뒤덮였다. 이내 촛불집회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해 횃불처럼 존재감을 드러낸 깃발이 있었으니, 바로 고산병 연구회다.

푸른 얄악이 그려진 심플한 디자인에 자극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도 모든 상황을 함축한 이 깃발….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촛불집회 일등공신 중 하나다.

비슷한 단체로 ‘하야하그라’ ‘전국 한시적 무성욕자 연합’ ‘청와대 비우그라’ 등이 있었으나 아쉽게 탈락했다.

사진|혼자 온 사람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아이러니 상 - 혼자 온 사람들

혼자 온 사람들이 모이는 ‘혼자 온 사람들’ 깃발은 존재부터 아이러니다. 혼자 온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결코 혼자 온 게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혼자 온 사람들도 이 깃발 아래 모여 함께 할 수 있었으니 큰 공을 인정받아 이 상을 드린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인간도 동물이지 상 - 범야옹연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반려동물을 앞세운 깃발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시민사회단체 이름을 조금 비틀어 만든 단체명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선물했다.

‘범 야옹연대’를 비롯해 ‘민주묘총’ ‘전견련’ ‘범깡총연대’ 등의 등장은 반려인들의 연합을 더욱 공고히하고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반려동물 깃발의 등장은 비반려인에게 소외감도 주었는데, 이에 ‘나만 고양이 없어’ 등의 파생 문구도 나왔다.

사진|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만인의깃발 상 -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누가 와도 맘 편히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던 깃발이 등장했으니 이름하여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이다.

일 못하는 자들의 고충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스북 그룹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 등장해 일 못하는 자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나도 저 깃발 밑에 있었어야 하는데…, 자괴감 마저 든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태초에 빛이 있었상 - 장수풍뎅이연구회

이 모든 깃발의 시작은 ‘장수풍뎅이 연구회’였다.

실제로 이들은 장수풍뎅이를 연구하거나 키우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와 나눈 인터뷰에 의하면 이들은 오히려 벌레를 만지지도 못한다고.

‘장수풍뎅이 연구회’는 누구나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깃발을 만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목적은 매우 로맨틱, 성공적이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쓸데없이 귀여운 상 - 힝입니다ㅠ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너무 귀여워 참을 수 없는 깃발이 등장했다.

‘힝입니다ㅠ’만 적힌 파란 깃발은 촛불집회 내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해 많은 누리꾼들에 귀여움을 받았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내가 제일 잘 빛나 상 - 피카츄 무드등

여러 차례의 촛불집회 중 가장 힙(!)한 촛불을 꼽자면 단연코 피카츄 무드등이다.

비록 깃발도 아니고 크기도 작았으나 그 모양새는 보는 이들에 웃음과 행복, 기쁨과 놀람을 선물한 공이 커 어떤 상이라도 하나 주고 싶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다시는 이런 일 없겠지 상 - 응원봉연대

눈만 마주쳐도 서로 물어뜯는다(?)는 여러 아이돌 팬덤이 한 깃발로 모였다. 이들은 촛불대신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시국이 아니라면 여러 팬덤이 한 마음으로 모이는 일은 없었을 것.

안타깝게도 앞으로 진행될 촛불집회에서는 ‘응원봉연대’깃발을 볼 수는 없다. ‘촛불’이 아닌 ‘응원봉’ 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자 응원봉연대는 “각자 불빛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이 깃발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게임은 현실이 아니지만 내 삶은 게임이야 상 - 듀로타향우회

“촛불을 따라 여기까지 왔군.”

기자 본인의 지난 10년 인생을 돌아보면 게임을 빼 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더욱이 그 게임이 ‘WOW’라면 나는 무릎 꿇고 ‘록타 오가르’를 외칠 뿐이다.

어서오게 형제여!

사진|트위터 갈무리

■ 먼 길 오셨습니다 상 - 오버워치 심해유저 연합회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상이 이어져 (이재용은 아니지만)송구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말 멀리서 왔다.

오버워치에서 ‘심해’란 플레이어간 대전 성적이 좋지 않은 이들이 모인 하위권을 의미한다.

깊은 심해를 뚫고 광화문에 나온 이들의 먼 여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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