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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세요"…신태용 눈도장을 바라는 아이들

봄날 같은 날씨가 솔솔 불었지만,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20일 오후 1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평가전에 나선 19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내년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뛰려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46)에게 한 번이라도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신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을 백지상태에서 평가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선수들의 의지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제주 서귀포 전지훈련을 통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교와 대학, 프로 등에서 발탁된 35명의 선수들이 내년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 최종 멤버(25명) 자리를 놓고 실력을 겨루는 시험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백승호(19)와 이승우(18), 장결희(18) 등이 이번 소집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전지훈련의 막바지 네 차례의 평가전에서 얼마나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느냐가 당락을 가른다. 전날 부산과의 첫 평가전에서 0-3으로 패배한 선수들은 이날 두 번째 경기에 의욕이 넘쳤다. 패스 하나, 수비 하나에 마음가짐이 다르다보니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다치면 안 된다”는 코칭스태프의 목소리는 귓가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제주 서귀포에서 훈련하고 있는 U-20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부산아이파크팀과 연습경기에서 이동준이 공격하고 있다. 서귀포/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특히 김대원(19·대구)은 재기발랄한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다소 체구는 작지만 기술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는 전반 11분 페널티박스에서 측면에서 연결된 크로스를 오른발 바깥 쪽으로 감아차는 감각적인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임 감독 시절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에는 털어내겠다는 각오였다. 대표팀에 첫 발탁된 하승운(18·영등포공고)과 강윤성(19·대전)까지 연달아 골 폭죽을 쏘아올리면서 대표팀은 전반을 3-0으로 마쳤다. 비록, 후반전에 1골을 실점해 3-1로 경기가 끝났지만, 전날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한찬희(19·전남)는 “어제 2% 부족했던 마무리가 잘 됐다”며 “첫 소집이라 그런지 모든 선수들이 플레이 하나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플레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 감독은 “이젠 선수들의 장·단점도 파악이 끝나간다”고 말했다. 다만 잦은 패스 미스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마다 매 경기 10개씩 나오는 패스 미스를 5개, 다시 2~3개로 줄이면 월드컵에서 강호들과 싸울 만하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에 같이 갈 선수들은 80% 정도 파악이 끝났다”며 “30명 안팎의 선수들이 계속 시험대에 오르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면 내가 원하는 축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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