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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타는 청춘’ 구본승 “이연수와 썸?…이연수씨에게 진짜 감정 묻고싶다”

“딱 1988년생을 기준으로 아는 분들과 모르는 분들이 갈리는 것 같아요.”

살다보면 자신이 어느새 ‘여기까지 나이를 먹었나’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어제까지 멀쩡히 걷던 길에서 거친 숨이 나온다든가, ‘총각’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아저씨’라고 불리고 ‘아가씨’라고 불리던 호칭이 ‘아줌마’가 된다. 때로는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대학교 졸업이 20년, 30년 심지어 결혼기념일이 20년, 30년이 된다.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중인 배우 구본승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기자

하지만 생활 속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세월을 느끼는 방법은 학창시절 좋아하던 스타가 지금 어떠한 입지인지를 알아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본승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1994년 혜성처럼 데뷔해서 1~2년 대한민국 연예계의 명성을 연기와 가요, 예능 등으로 그야말로 쓸어 담는다. 그러다가 몇 년 후 그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러다 지난해 JTBC <슈가맨>을 통해 깜짝 등장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 대한민국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양분된다. 일정 나이 이상의 세대에게는 ‘X-세대’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그 후 일절 활동이 없어 10대와 20대 초중반에게는 ‘뭐하는지 모르는 아저씨’일 뿐이다. 그런 그는 지금 현재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을 통해 활동의 지평을 서서히 넓히고 있다. 마치 과거 어떤 시간에 존재하다 냉동 처리된 사람이 해동되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구본승과의 인터뷰는 그런 신기함과 설렘으로 시작됐다.

- 요즘 <불청> 출연 중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나?

“아무래도 연세있는 분들이 보신다. 제일 반응이 뜨거운 게 식당이다. 굉장히 좋아해주신다.(웃음)”

-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다. 구본승의 정확한 직업은 무엇인가?

“나도 사실 아직 모르겠다. 사실 될 수만 있다면 가장 되고 싶은 건 물리학자다. 살다보니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어렸을 때 꿈은 영화 음악가였다. 하지만 방송을 쉬고 하면서 물리학자에 관심이 생겼다. 그냥 직업은 ‘적성 검사 중’이라고 써 달라.”

- 거의 20년 만의 예능이다. <불청>에 출연한 계기는?

“지난해 <슈가맨>으로 인사를 드렸다. 그런 후 제작진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그 안에서는 좀 어린 편(44세)이지 않나. 그래서 양쪽 다 머뭇머뭇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지가 있었다. 공백기가 너무 기니까 젊은 친구들은 나를 모른다. 그리고 아직 캐릭터도 없다. 다른 예능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예능인들처럼 웃길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찾은 게 <불청>이었다. 마음이 편한 예능이었고, 같은 시기를 활동한 김국진 형, 김완선 누나도 있었다.”

- 요즘 예능은 그래서 어떻던가.

“방송했던 사람으로서 ‘이게 100% 리얼일까?’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놀란 게 ‘차가 들어오는 장면을 못 찍었다고 다시 찍자’는 거였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마이크를 채운다. 예전에는 차타고 와서 내려서 연출자와 커피 한 잔도 하고, 대본도 받았다. 요즘은 그런 게 없더라.”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중인 배우 구본승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기자

- 배우 이연수와 ‘썸’ 관계인 듯하다. 느낌이 미묘하다.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근데 나는 도리어 연수씨에게 진짜 감정인지 묻고 싶다. 사실 둘이 프로그램에서 뽀뽀 장면이 연출되고 뒤에 연수씨가 좋아하는 모습이 나왔다. 김완선 누나하고도 그런 장면이 있는데 유독 연수씨와 기사가 나더라. 내 입장에서는 나를 고도로 배려해 좋아하는 연기를 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진짜 좋으면 오히려 말을 못 하지 않았을까? 진짜 생각이 궁금하긴 하다.”

- 촬영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반가운 사람도 많았을 듯한데.

“<불청>은 정말 방송 관계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가 정말 우리의 자부심이다. 다 제작진의 덕이다. 완선 누나는 데뷔했을 때 같은 사무실이라 친했다. 국진이 형도 자주 봤다. 나머지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친해졌다. (김)광규 형, (최)성국이 형이 친해졌다. 광규 형이 그랬다. 무명 때 편의점에서 뭘 먹다가 구본승이 지나가서 ‘연예인이다!’하고 봤던 기억이 있단다.(웃음)”

- 김국진-강수지 커플 이후 두 번째 커플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였다.

“내가 두 번째 출연할 때 기사가 나서 사실 전 분위기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요즘은 두 분도 방송하는데 편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광규 형-완선 누나 커플을 지지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친구로 연하의 여자 연예인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웃음)”

- 1994년으로 돌아가 보자. 압구정동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예계에 데뷔했다던데.

“로데오 거리 어디쯤이었다. 당시는 연예인, 제작자, PD분들이 엄청 모이는 장소였다. 사실 영화 음악을 좋아해 그쪽 일을 하고 싶었다. 드러나는 일보다는 뒤에서 하는 일을 원했었다.”

- 하지만 세상은 구본승을 원했나보다. 가수, 연기자, 예능인 안 하는 게 없었다. 그 당시 인기를 기억한다면.

“집에 못 들어갔다. 차에 세면도구를 싣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예능이 드라마 느낌이 많았는데 군대에 간 이휘재 형 것까지 해서 내가 지상파 3사 예능을 다 했다. 오전 7시에 촬영이 시작돼 다음날 오전 7시에 끝나면 다른 일정을 갔다. 원래 시작은 가수로 계약을 했지만 MBC <종합병원> 오디션을 보면서 동시에 연기도 했다. 솔직히 나를 왜 뽑았는지 몰랐다. 나중에 물어보니 ‘연기를 안 배운 듯하고 특이해 보여서 뽑았다’더라.”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중인 배우 구본승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기자

- 너무 인기를 얻어서 질시도 있었을 것 같다.

“소문이 많았다. 갑자기 유명해지니까 ‘구봉서 선생님의 아들이다’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다’ 소문이 많았다. 구씨 중에서 가운데 ‘본’자를 쓰는 분들이 다 우리 항렬이다. 그리고 드라마 촬영장에 가면 ‘연기만 하라’시는 분이 있었고, 가수 무대에 오르면 ‘가수만 하라’는 분들이 많았다.”

- 인기를 얻은 그 다음 해, 우리 나이로 23세에 군엘 갔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쉬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당시에는 법적으로 그렇게 가야했다. 군대가 사실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건강해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 훈련소 6주 훈련을 하고 15㎏가 쪘다. 차인표, 이휘재, 감우성, 신하균 등 연예인들과도 우정을 쌓았다.”

- 2001년 영화 <마법의 성> 이후 활동이 줄었다. 활동을 일부러 줄인 건가.

“쉬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쉬었다. 그런데 이렇게 쉬게 될 줄은 몰랐던 거지. 일에 지치기 시작한 게 아마 순수한 열정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작품이 커도 그 가치를 잘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은 게 기준이 됐다.”

- 지난해부터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며 제주에 내려가시는 게 꿈이었다. 지난 5월에 내려가시게 돼 나도 올해는 제주에서 지날 생각이었다. 난 다른 취미가 별로 없다. 술도 안 먹고, 낚시와 운동을 좋아하니 제주가 딱이었다.”

- 앞으로 활동을 많이 할 예정인가.

“고맙고 놀라운 것이, 돌아오고 나니 그제야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뭘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 연예인이 된 건데 ‘활동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책임감이 느껴졌다. 책임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수 활동은 아직 모르겠지만 예능이든 연기든 할 수 있는 작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다.”

- 결혼은 진짜 생각이 없나.

“철이 없어서 그런지 결혼을 위해 연애를 하는 건 아직 아닌 것 같다. 연애 감정이 자연스레 결혼으로 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불청> 이후에 소개팅도 들어오는데 아직 많이 조심하게 된다.” (이 인터뷰는 경향신문 팟캐스트 <연예는 박하수다>(https://www.podbbang.com/ch/6993)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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