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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 연말결산④] 2016년을 휩쓴 ‘연예가 3대천왕’을 소개합니다

트와이스. 사진|JYP엔터 제공

유덕화, 곽부성, 장학우, 여명. 이들은 1990년대 홍콩 배우 ‘4대 천왕’으로 불리며 온 아시아를 휘저었다. 그리고 2000년대 대한민국 예능계에서는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그리고 ‘자천’으로 정형돈이 ‘4대 천왕’으로 활약했다. 그렇다면 2016년 연예가를 뜨겁게 달군 가장 뜨거운 인물 셋, 즉 ‘2016년 연예가 3대 천왕’을 뽑아본다면 누가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3대 천왕’의 자리는 <백종원의 3대 천왕>처럼 매주 그리고 흔히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인기는 기본이며, 기복이 없는 활동을 보여야 하고,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대중들을 움직이게 한 문화적 영향력도 있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활동에 따른 수익이나 시청률, 관객수, 음원 판매량 등 수치도 거들어야 한다.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들은 각 분야 담당들이 한 해 동안 취재한 경험과 업계의 반응, 그리고 객관적인 수치를 조합해 ‘2016년 대한민국 연예계 3대 천왕’을 선정했다. 각 분야마다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합해 기자들마다 의견이 다를 정도로 그 선정은 난제 중에 난제였다. 그렇게 뽑힌 ‘3대 천왕’을 공개한다. 올 한 해 당신의 가슴 속을 가장 뜨겁게 파고든 이름들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사진 NEW

■ ‘방송 천왕’ 송중기

“2016년은 역시 유시진 대위이지 말입니다.”

군대를 다녀왔던 남성들만 아는 말투였고, 어떻게 여성들에게 써볼라치면 아저씨 취급만 받았던 이 표현이 매력적인 남성의 상징이 되리라고 과연 누가 알았을까. 2016년 병신년 방송가를 가장 빛낸 스타는 인기로도 송중기였고, 시청률로도 송중기였고, 돈으로 환산해도 송중기였고, 해외로 눈을 돌려도 송중기였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는 극중 특수부대원 유시진 대위를 연기했다. 지금까지 재벌 2세 또는 왕세자, 비밀요원 등의 전유물이었던 멋있는 남성의 표상을 군인으로 단번에 돌려놓는 화력이었다. 드라마는 최고 38.8%(닐슨 코리아 집계)의 시청률로 안방을 쥐고 흔들었으며, 송혜교와 함께 한 송-송커플의 대사는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온·오프라인을 휘저었다.

송중기의 위력은 드라마가 끝나자 더욱 위력적으로 변했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 브랜드가 그에게 한국, 중국 등 전 세계 광고 출연 대가로 90억원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100개 이상의 광고 출연제의를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몸값이 하루에 1억원씩 오른다”는 이야기도, 수익이 총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연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뽑은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광고 모델’상도 수상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인기도 기록적이다. 한국과 동시에 방송됐던 중국에서의 <태양의 후예> 조회수는 25억건이 넘었으며 드라마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27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또한 지난 5월말에는 베이징에서 ‘송중기 부인 선발대회’가 열려 3등 안에 들면 연예기획사와 계약하고 송중기 팬 미팅 참여권한이 주어질 정도였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가 종방한 4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방콕, 베이징, 홍콩, 상하이 등 10개 도시에서 6만명이 넘는 팬들을 만나는 팬 미팅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에서 독립군 연기를 하며 또 한 번 자신의 틀을 스스로 깰 예정이다. ‘송중기 신드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검사외전’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 사진 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천왕’ 황정민

“황정민은 언제 나오는 거죠.”

<곡성>이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도 황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포스터에도 당당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황정민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연하는지 의심의 싹이 터오는 순간, 황정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에 머리를 질끈 동여맨 박수 무당 일광이었다. 기존의 황정민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등장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올해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굿을 하는 장면이었다. 종구의 딸을 살리기 위한 굿판은 15분 동안 롱테이크로 찍었다. 황정민은 이 장면을 위해 실제 굿판을 따라다니며 리얼리티를 살리려 했다. 황정민은 “진짜 무당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가 아닌 실제 무당이 되어야 했다. 굿판을 찍기 전날 드레스 리허설을 했다. 실제 동선도 파악하고,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다. 내 몸을 굿판에 맡겼다. 모니터로 보니까 쾌감이 있더라. 굿복을 입고 있으니까 뒤덜미에 서늘한 기운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당시 황정민은 신이 내린 듯했다”라고 말했다.

굿판 한 장면으로 영화 전체를 집어삼킨 황정민은 올해 초 <검사외전>으로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에 이어 4연타석 흥행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검사외전>에서 황정민은 정의를 추구하는 다혈질 검사다. 성격도 급하다. 여러모로 황정민과 닮은 인물이다. 지난해 ‘천만 영화’에 등극한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와도 맥을 같이하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아수라>에서는 절대악 박성배 안남시장 역으로 연기 변신을 했다. 박성배 시장은 악 그 자체였다. 황정민은 도시 전체를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만든 박 시장을 표현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연기 연습을 했다. 장례식장에서의 액션은 날 것과도 같았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황정민의 눈빛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했다.

황정민은 <베테랑>에서 찰떡 호흡을 맞춘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에서 경성호텔 악단장 역을 맡아 내년 여름 성수기에 다시 한번 ‘천만 배우’에 도전한다.


걸그룹 트와이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 ‘가요천왕’ 트와이스

“샤샤샤~”

올해 유행어 중 하나로 꼽히는 ‘샤샤샤’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지난 4월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히트곡 ‘치어업’에서 비롯된 말이다. 노래 도중 멤버들이 수줍어하며 부르는 ‘샤이 샤이 샤이’(shy shy shy) 대목을 많은 이들이 ‘샤샤샤’로 따라 부르면서 생긴 유행어다. 10대들은 물론이거니와 동료가수, 개그맨, 배우 등 온국민이 ‘샤샤샤’를 외쳤다.

올해 크게 활약한 가수는 엑소,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트와이스의 출현과 이에 따른 현상은 특히 강렬했다.

10여년만에 소녀시대를 뒤잇는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일컫는 조어)걸그룹의 탄생을 알린 것도 모자라, 각종 수치에서 왠만한 남성그룹까지 죄다 제쳐버리는 등 매서운 여풍을 일으켰다. 데뷔 한 지 갓 1년도 되지 않는 팀의 파죽지세는 짐짓 놀랍기만 했다.

연말을 맞아 발표되는 각종 수치는 트와이스가 일으킨 돌풍과 독보적인 위치를 도무지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22일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 음악차트에서 발표되고 있는 ‘2016년 연간 결산 차트’에서 1위는 모두 트와이스 ‘치어업’으로 집계됐다.

다른 차트에서도 죄다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10월 발표된 가온통합차트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노래 역시 트와이스의 ‘치어업’으로 조사됐다. 10월까지 집계에서도 1억건의 스트리밍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국민 전부가 평균 2번을 들었다는 이야기다.

해외 진출을 아직 하지 않았지만 유튜브에 오른 뮤직비디오는 손쉽게 1억건을 찍어대고 있다. ‘우아하게’, ‘치어업’은 아이돌 사상 최단기로 1억건을 넘었다. 특수했던 싸이의 경우를 뺀다는 국내 가요 역사에서 남녀 가수 통틀어 최단 돌파 기록을 쓴 셈이다. 발표된 지 2달 여가 된 신곡 ‘티티’(TT) 역시 곧 1억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년간 국내 가요계에서 가장 음반을 많이 판 여성 가수 역시 트와이스였다. 내노라하는 브랜드의 CF도 16여개나 찍었다.

지난해 데뷔 당시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면서 재촉된 논박이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를 흔들었던 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던 걸까. 뜻밖의 논박 뒤 음악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질주는 차라리 신드롬에 가깝다. 게다가 ‘겨우’ 1년 만의 성과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향후 기대치는 더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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