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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커제 두려운 상대 아니다”…내년 6월 춘란배 우승 도전

박영훈 9단(왼쪽)이 제11회 춘란배 4강전에서 커제 9단을 백불계승으로 꺾은 후 복기를 하고 있다.

“커제, 두려워할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박영훈 9단이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꺾고 춘란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승부에서 낙승을 거둔 박9단은 한국바둑팬들에게 반드시 우승소식을 전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지난 22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에서 열린 제11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박9단은 커제 9단을 맞아 284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대회 첫 우승의 교두보를 놓았다. 이날 대국에서 박9단은 초반부터 탄탄한 바둑으로 상대를 옥죄며 중반에 틀어쥔 승기를 한번도 놓치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박9단의 별명은 ‘소신산(小神算)’이다. 끝내기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신산(神算)’ 이창호 9단에게도 뒤지지 않는 뒷심을 자랑하기에 붙은 별호다. 커제 9단을 꼼짝 못하게 한 이번 승부는 ‘소신산’의 진면목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로써 박9단은 2007년 제20기 후지쓰배에서 우승한 이후 10년 만에 세계정상 정복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박9단은 2004년 세계대회 첫 우승(17회 후지쓰배)을 신고한 후 2005년 중환배에 이어 2007년 후지쓰배를 또다시 정복하며 세계 초일류기사로 발돋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세계제패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여전히 세계 최강그룹의 일원이기는 했지만, 2%가 부족했다. 특히 지난 2월 제20회 LG배에서 강동윤 9단에게 1-2로 패하며 준우승의 고배를 들었다.

스스로도 그동안 아쉬움이 컸는지, 24일 스포츠경향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제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가 됐다”며 “껄끄러운 상대인 커제 9단을 따돌린 만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9단은 커제 9단에 대해 “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이창호 9단이나 이세돌 9단이 전성기 시절에 보여준 절대적 포스는 없어 보인다”며 “최근 들어 커제 9단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번 승부에서도 별 다른 압박감이 들지 않았다.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분석했다.

박9단은 이어 “국내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 성적에서도 박정환 9단이 커제 9단에게 4승3패로 앞서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박정환 9단이 국내 1인자로서 갖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국제기전 성적이 좋지 않은데, 기력이 워낙 출중한 만큼 국제기전에서의 징크스도 꼭 씻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승부의지에 대해서는 “한 5년간은 최강자 그룹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이번 우승을 그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영훈 9단의 결승 상대는 중국랭킹 14위 탄샤오 7단이다. 그는 4강전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5단에게 흑불계승을 거두며 세계대회 첫 결승행을 이뤄냈다. 두 사람 간 결승3번기는 내년 6월(장소 미정) 치러진다. 첫 대결이다.

한편 1999년부터 시작된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로,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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