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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조영광의 애니팁팡팡-반려묘가 편식을 할 때

반려묘가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늘 먹던 사료를 거부할 때 우리 ‘집사’들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반려인들의 걱정은 반려묘가 사람과 ‘다르다’는 부분을 잠시 잊었기 때문에 생기는 사소한 걱정입니다. 우리는 반려묘들이 사람과 같은 습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가끔 착각합니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이자 육식성 동물입니다. 그 뜻은 본능적으로 사냥을 통해 스스로 먹이를 잡지 않으면 섭식이 불가능한 동물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야생에서의 고양이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사냥해 필요한 영양분을 채워 왔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만족할 만한 먹이가 마치 준비됐다는 듯 채워질 수는 없었겠지요. 사냥이 잘된 날은 한꺼번에 다 먹지도 못할 만큼 풍족한 식탁이 차려져 있다가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하는 날도 있을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야생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양이들은 배가 고플 때마다 조금씩 먹이를 아껴 먹는 습성이 생겼습니다. 이런 습관을 ‘니블링’이라고 합니다. 반려견은 매일 같은 시간에 사료를 급식받고 그 사료를 싹싹 비우는 반면 반려묘들은 아주 조금만 소식하고 사료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바로 이 니블링 때문입니다.

‘편식’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그 표현만으로도 반려묘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종의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려묘가 사료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간식이나 다른 기호성 음식으로 유혹하는 것보다 반려묘의 습성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영리한 반려묘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알아서 필요한 영양소를 채워갈 것입니다.

물론 반려묘가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보충해 주어야 하는 영양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기산의 일종인 타우린입니다. 속설에 따르면 반려묘에게 반려견용 사료를 오랫동안 먹이면 눈이 멀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타우린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또한 아르기닌, 메치오닌, 시스테인, 티아민 등의 성분도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보충해 주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야생의 고양이들은 스스로 이런 성분들을 골라서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먹잇감에 ‘운 좋게’ 이러한 단백질·무기질 성분이 들어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려묘용 사료에는 반려묘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적절하게 배합돼 있습니다.

요즘 들어 많은 분들이 반려묘들에게 안전하고 맛있는 먹이를 공급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정식이나 생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식은 반려묘의 본능에 가장 밀접한 섭식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이법의 장점으로는 수분 섭취량의 증가와 첨가되는 화학성분의 최소화, 그리고 열처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의 파괴가 적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합니다.

참고로 ‘비만묘’ 집사님들을 위한 팁도 하나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반려묘는 사람이나 강아지보다 단백질 분해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충분히 많은 단백질을 섭취해야 몸의 단백질 요구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탄수화물은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사료에 포함된 지방은 직접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 섭취량을 줄이기보다 일일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조영광 수의사는?

조영광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53사단 수의장교 대위로 전역했다. 이후 일산 동물병원 및 논현동 그레이스 동물병원 소동물 진료를 담당하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산과학 박사수료 및 개복제팀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산과 진료팀장으로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29살에 총 26개국 474일간의 파란만장한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살자’를 모토로 <미친 수의사, 지도를 훔지다!>, <수의사, 길에서 청춘을 만나다> 등의 저서를 썼다. MBC <세바퀴> ‘별난 의사 특집’에 출연했고 EBS <세계기행테마> ‘아프리카 잠비아편’에 출연해 여행담을 보여줬다. SKY Petpark <마이펫 상담소>에도 출연해 친절한 상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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