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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의사 밝힌 라틀리프, “한국에서 뛰면 뛸수록 여기서 은퇴하고 싶다는 애정이 생긴다”

“모비스에서 뛴 2014년 대만 존스컵에 한국 대표로 나가서 우승하고 MVP를 받으면서 이 나라를 대표하고 싶고, 여기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한 팀에서 뛰는 주희정 선수가 10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고 나도 한 군데에서 오래 뛰면서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전에서 상대 외국인선수를 제압하며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KBL 포토

한국 귀화 의사를 밝혀 화제의 중심에 선 삼성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7)가 그같은 결심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한국을 대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올림픽에 나가서 첫 승리를 거두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강한 소망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라틀리프는 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원정경기에서 22점·14리바운드로 변함없는 든든한 활약을 하며 팀의 94-83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후 라틀리프는 귀화 의사에 관련해 집중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라틀리프는 “한국이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첫 나라다. 뛰면 뛸수록 여기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보다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다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전주 KCC전을 마친 뒤 2017년 소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여권”이라고 대답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단에서조차 그의 말이 진담인지 몰랐기 때문에 이후 라틀리프는 삼성 스태프와 미팅을 갖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삼성은 그의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걸 파악했다. KBL에서도 라틀리프와 만나 의견을 듣고 귀화 절차를 진행할 뜻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귀화문제를 활발히 논의하다가 사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대한농구협회 차원에서도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다. 라틀리프를 특별 귀화선수로 대한체육회에서 추천하면 법무부 심사를 통해 길지 않은 시간에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금 복잡한 문제도 남아 있다. 귀화 후 라틀리프의 신분 변화 문제다. 삼성은 다음 시즌까지 라틀리프와 외국인선수로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가 귀화해 국내선수 신분으로 된다면 드래프트나 다른 규정을 정해 그의 소속팀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KBL과 현 소속팀 삼성을 비롯한 10개 구단이 슬기롭게 의견 일치를 보아야 가능한 일이다.

라틀리프는 “귀화 절차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 27살이고, 조급해 할 마음이 없이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귀화를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서는 “한가지 이유만 꼽을 수는 없다.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시즌이 되면 실력이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내게 협상 제의가 오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째 한국으로 돌아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한국 음식, 안전한 환경 등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딸은 여기에서 태어났다. 여자친구도 한국에서 나와 4시즌째를 보내고 있는데 모두 만족해 한다”면서 “미국에 있는 가족도 내가 귀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귀화 후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도 희망을 밝혔다. 라틀리프는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한국인 신분으로 뛰고 싶다. 여기서 뛰면 뛸 수록 한국선수로 느껴지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선수로 대접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라틀리프는 기자실 밖에서 기다리다 기념 촬영을 원하는 어린이 팬들과 포즈를 취하고, 셀카도 같이 찍으며 원정지에서의 승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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