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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앞에선 한국 모바일게임, 한한령에 발목 잡히나

만리장성 돌파를 목전에 둔 국내 게임업계가 복병을 만났다.

한반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갈등 여파로 중국 당국이 한류 콘텐츠를 옥죄기 위해 꺼내든 ‘한한령’(限韓令)이다. 특히 중국 당국자가 지난 4일 방중한 야당 의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한령이 실제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함에 따라 현지 서비스를 앞둔 국내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바일게임 중국진출 원년?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큰 족적을 남긴 PC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순수 국산 게임이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모두의 마블> <서머너즈 워> 등도 출시 초기를 빼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

지난해에는 오히려 중국산 게임의 한국 진출이 잇따를 만큼 기술력의 격차가 없는 데다 현지 트렌드를 제때 맞추기 어려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순수 한국산 모바일게임의 중국 진출 원년’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시장을 점령한 최신작인 <리니지> IP(지식재산권) 기반 게임을 필두로 최고 히트작들이 중국을 노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현지 업체 알파게임즈를 통해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판호’(서비스 허가) 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고, 넷마블게임즈도 톈센트와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를 신청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산 IP에 대한 선호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국내 게임의 기술력이 결집된 신작이란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한 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한국게임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라도 ‘리니지 형제’의 중국시장 안착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화된 판호제’ 한한령에 발목?

이같은 시점에서 중국 당국이 공식화한 ‘한한령’은 국산게임의 행보에 암초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현지 서비스되는 모바일 게임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사전 검열을 거쳐 판호를 발급받아야 서비스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미 중국에 출시한 게임도 사후 심의를 받아 판호를 발급받도록 했다.

외산게임을 규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당시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와 맞물린 시점이 께름칙했던 게 사실이다.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현지 트렌드를 제때 맞추는 것은 서비스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다. 판호 발급 기간이 길어질수록 게임의 현지화 작업에 차질을 빚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의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업계의 우려는 깊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와 계약을 맺은 현지 업체들이 판호를 받는 시스템이라 다른 산업계와 상황은 다른 면이 있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나왔다는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덜 알려진 게임은 ‘외국게임’으로 인식돼 쉽게 판호가 나오지만, 한국산이라고 알려진 인기게임의 경우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한령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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