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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해인이의 500원

참길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려 땀이 줄줄 흐르던 초복 전날, 해인이(가명)와 또래 2명을 데리고 대중탕에 갔다. 목에 낀 때가 눈에 걸려 며칠을 벼르다 프로그램이 없는 그날을 잡았다. 해인이와 아이들은 물장난을 치며 참새처럼 재잘거렸다. 먼저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은 뒤 아이들이 몸 앞쪽을 스스로 씻고 나서 나머지는 내가 씻어 주었다.

해인이는 사정상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님과 생활하고 있는데, 요즘은 할머니마저 편찮으신 것 같았다. 목욕 후의 뽀송함에 몸도 마음도 개운해졌다. 셋이서 몸매 자랑도 하고, 몸무게도 재어 보고, 기분좋게 지역아동센터로 돌아왔다.

다음날이 초복이라 급식으로 오리백숙을 준비해 맛있게 먹고 귀가시간이 됐는데, 해인이가 징징거리며 돌아다녔다. 무슨 일인지 묻자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500원이 없어졌다고 했다. 호주머니에서 없어진 거니 누가 가져갔을 리는 없고, 실수로 빠뜨린 것 같아 어쩔 수 없으니 집에 가라고 했다.

하지만 해인이는 울면서 500원을 찾아야 한다며 센터 내를 돌아다니기만 했다. 선생님들 퇴근시간도 되고, 나는 저녁모임도 있는 터라 돈을 찾았다고 하고 500원을 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해인이에게 돈 개념을 바로 심어 주려면 안 되겠다 싶어 해인이에게 “내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해인이는 선생님이 목욕탕에 데리고 갔으니 선생님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너에게 500원을 줄 수도 있지만 너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안 주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인이는 버릇을 안 고쳐도 괜찮으니, 500원을 가지고 싶다며 더 큰 소리로 울었다.

해인이는 지난번에도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며 센터 선생님께 1000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적이 있었다. 빌린 돈은 100원이라도 꼭 갚아야 한다고 말했더니, 억지로 돌려주고는 어른은 돈이 많은데 아이에게 돈을 받는다며 앙앙 울었고, 차근차근 설명해 간신히 이해시킨 적이 있었다.

해인이에게 바른 사고를 심어 주기 위해 일관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초코파이를 쥐어 주고는 현관문 밖까지 나왔다. 해인이는 집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500원! 500원!”을 외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안쓰러운 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냥 놓아두고 왔다. 모임을 갖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집으로 돌아와 해인이와 통화를 했다. 밝은 해인이의 목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해인이에게 어떤 말로 합당함을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도 했다. 해인이처럼 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못해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고를 심어 주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다시 한번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을 생각해 보며, 이 속담의 의미를 좀 더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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