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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조영광의 애니팁팡팡-길고양이가 조류독감(AI)을 옮길까?

“선생님! 며칠 전에 신문에서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혹시 사람한테 옮길 가능성도 있나요? 집 주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좀 알려주세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은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조류독감은 전염성이 강해서 지금까지 30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그 피해액은 예전 최고 기록을 경신해서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경기도 포천에서 조류독감 의심신고가 접수된 고양이 2마리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H5N6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확진됐습니다. 고양이가 H5N6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인체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포획틀에 갇힌 길고양이.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조류독감의 인체감염은 고양이로부터 사람에게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나 가금류에 직접 노출됐을 때 감염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물론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손 씻기와 호흡기 관리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철새도래지 등 야생조류 지역 방문을 삼가며, 가금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직업군은 철저한 방역의식을 가지고 차단방역에 나서야 합니다.

한편 집안에서 고양이나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는 보호자분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실내에서 생활한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조류독감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조류독감 발생지역이나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하천이나 강변·야산 등 야생조류가 서식하거나 이들의 분변이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그동안 길고양이들은 일부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돼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학대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길고양이가 사람에게 조류독감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반생명적이고 비전문적인 편파 보도와 고양이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입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때에는 고양이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장갑과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먹이통 등을 만진 이후에는 손을 씻고,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심하게 기침을 하는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거나 그 외 조류독감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에는 관할 가축 방역기관(1588-9060)에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조영광 수의사는?

조영광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53사단 수의장교 대위로 전역했다. 이후 일산 동물병원 및 논현동 그레이스 동물병원 소동물 진료를 담당하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산과학 박사수료 및 개복제팀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산과 진료팀장으로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29살에 총 26개국 474일간의 파란만장한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살자’를 모토로 <미친 수의사, 지도를 훔지다!>, <수의사, 길에서 청춘을 만나다> 등의 저서를 썼다. MBC <세바퀴> ‘별난 의사 특집’에 출연했고 EBS <세계기행테마> ‘아프리카 잠비아편’에 출연해 여행담을 보여줬다. SKY Petpark <마이펫 상담소>에도 출연해 친절한 상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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