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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인간은 뛰어넘었지만 아직 '바둑신'은 아니다

한큐바둑에서 중국의 구리 9단과 알파고가 승부를 벌이는 장면.

“알파고, 아직 신의 영역은 아니다!”

최근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학과 주임교수가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이 1승이라도 건진 것은 구글 딥마인드가 일부러 져 주었기 때문”이라며 “구글 딥마인드 측은 이미 3승으로 승리를 확정지은 이후인 네 번째 대국이 져주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업그레이드된 알파고의 수준은 현역 프로기사보다 6점 정도 기력이 높다고 본다”며 “세계 최고의 기사라도 알파고에게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바둑계가 시끌시끌하다. 대다수의 바둑 전문가들은 “김 교수가 바둑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말을 막한다”며 불쾌하다는 투로 말한다. 하지만 “모든 논란은 프로와 치수 고치기를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6점을 깔아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깎아 내린 것이 아니라 바둑의 수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근 알파고와 대적해 본 박영훈 9단은 “알파고가 센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프로기사가 6점을 깔고 둬야 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9단은 프로기사들이 흔히 말하는 ‘2점 접바둑이라면 바둑신과도 둘 만하다’는 말에도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그런 말에 동의했지만,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서 바둑신에게 2점 접바둑으로 도전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박9단의 ‘고백’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둑의 ‘경우의 수’에 크게 놀랐다는 얘기다.

또 박9단은 “2점 접바둑이면 바둑신은 몰라도 알파고에게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알파고도 불리할 때면 무리수가 나온다. 그런데 프로기사들이 이를 정확하게 응징하지 못해 결국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넉넉한 시간 안에 ‘정선’으로 둔다면 상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타이젬에서 벌어진 알파고 vs 박정환9단의 4번째 대국 기보. 알파고가 반집을 이겼다.

‘정선’은 흑을 잡았을 때 백에게 덤(6집반 또는 7집반)을 주지 않는 것으로, 실력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접바둑(실력 차이가 있는 사람끼리 바둑을 둘 때 하수가 바둑돌 몇 개를 미리 놓고 두는 승부 방식) 수준은 아니라는 게 박9단의 결론이다.

한국랭킹 1위인 박정환 9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두던 알파고와 달리 지금 버전의 알파고는 빈틈이 없었다. 초반에 밀렸고, 나중에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내가 알파고에게 선(정선)에 둔다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연초부터 벌어진 ‘인간 vs 알파고’의 60번기를 모두 지켜본 한큐바둑의 하영훈 이사는 “알파고가 세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박정환이나 커제 같은 일류급 기사들을 압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접바둑 운운하는 것은 호사가들의 얘기이고, ‘정선 승부’로 보는 게 적당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하 이사는 “프로기사들 간에도 실력차가 있는 만큼 접바둑으로 둬도 알파고에게 지는 프로기사 역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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