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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브렉시트, ‘이민자 통제‘에 담겨진 속뜻은?

영국 테레사 메이총리(61)가 1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EU와의 끈을 끊고 ‘유럽 국경 너머의 나라’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탈퇴 절차는 3월부터 시작된다.

EU 회원국이 아니면서 시장 접근 보장을 받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과 같은 위치가 되는 것을 영국 언론들은 ‘소프트 브렉시트’로, 단일시장·관세동맹 탈퇴를 포함해 EU와 완전하게 결별하는 것을 ‘하드 브렉시트’로 부른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영국인 90% 이상이 자유무역을 지지했다. 동시에 70% 정도가 ‘이민자 통제’를 원한다고 답햇다. 영국인들은 ‘이민자 통제’라는 이름으로 인종적인 차별을 지지하면서도 이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감수하지 않겠다는 괴리된 심리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브렉시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을 한 계층은 1955년 전후에 태어난 영국 태생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잔류 운동을 펼치다 살해당한 노동장 고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 |트위터 갈무리

메이 총리는 영빈관인 런던 랭커스터하우스에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연설하며 “EU 단일시장을 떠날 것이며 관세협정들을 새로 맺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이는 “EU를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일시장에 머무는 한 EU의 규제에 매일 수밖에 없고, 관세동맹은 우리가 유럽 바깥 나라들과 포괄적 무역협상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고 했다.

메이 총리는 “과도기적 지위가 한없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런 상태가 되면 영원히 ‘정치적 연옥’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국이 글로벌 국가로서 유럽의 이웃이자 친구로 남길 바란다”며 “동시에 우리는 유럽의 국경 너머의 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메이 총리는 또 “후손들은 우리가 그린 더 밝은 미래를 볼 것이고 더 나은 영국을 만들어줬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확실성과 명료함’, ‘더 강한 영국’, ‘더 공정한 영국’, ‘진정한 글로벌 영국’등 4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EU와 탈퇴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경을 통제하고, EU 사법부로부터 독립하며, 영연방 유지와 노동자 권리 보장 등 12가지 세부목표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은 EU 조약상 2년 안에 끝내야 하지만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하면 연장할 수 있다. EU 측은 2018년 10월을, 메이 정부는 2019년 3월을 협상 시한으로 요구하고 있다.

BBC 등 현지 언론은 정부가 3월 말까지 EU에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브렉시트에 반대한 노동당도 대부분 국민투표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일정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BBC는 분석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부터 EU는 “당장 리스본조약 50조(EU 탈퇴조항)를 발동시키라”고 요구했으나 메이는 반년 넘게 시간을 끈 뒤에야 탈퇴 스케줄을 정했다. 메이는 당초 얘기했던 대로 오는 3월 안에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50조가 발동되며 협상은 시작된다.

영국이 이미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받는 문제를 비롯해 복잡한 사안이 걸려 있어 협상은 쉽지 않다. 독일 디벨트는 “메이가 EU와 위험한 승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영국이 좀 더 분명하게 계획을 밝힌 것을 환영하고 우리 역시 건설적인 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 연설을 앞두고 급락했던 파운드화 가치는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반등했다.

브렉시트 투표 직전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브렉시트에 대해 “인간성과 이상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문명에서 야만으로의 추락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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