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2026년부터 조별리그에서 승부차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일간 ‘빌트’는 19일 마르코 반 바스턴 FIFA 기술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승부차기는 3개팀이 한 조로 묶여 32강 진출을 겨루는 상황에서 (승부담합을 막는) 하나의 옵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승부차기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다. 전·후반 90분을 넘어 연장전까지 치른 상황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양 팀에서 각각 5명의 선수가 나와 한 번씩 페널티킥을 찬다. 지금까지는 토너먼트부터 적용됐지만 2026년부터는 조별리그부터 무조건 승부를 가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6년 월드컵에선 48개국이 3팀씩 16조로 조별리그를 치러 2팀씩 32강에 오르는데, 구조적인 한계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2팀이 의도적으로 승부를 담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선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승부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은 전례가 있다. 서독이 전반 10분 선제골을 넣은 뒤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무의미한 플레이로 일관해 ‘히혼의 수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독은 비기기만 해도 탈락인 절체절명의 위기인 반면 오스트리아는 2골차로 져도 본선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승부 담합을 의심한 서독 경기 해설자는 경기 도중 해설을 거부했고, 오스트리아 해설자는 시청자에게 “차라리 TV를 꺼달라”고 요청했다.
FIFA는 승부차기가 조별리그부터 도입돼 무승부가 사라진다면 이 같은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3팀이 승점과 골·득실이 맞물려 경기장에서 보여준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가 끼어들 가능성도 줄어든다.
FIFA는 한 발 나아가 1970~1980년대 북미 지역에서 사용됐던 승부차기도 고려하고 있다. 마치 아이스하키의 페널티샷처럼 골대에서 25m가량 떨어진 지점부터 드리블해 골키퍼와 1대1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로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결승전에서 적용돼 화제가 됐다.
현역시절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골잡이었던 판 바스턴 위원장은 “그것도 대안 중 하나”라며 “골키퍼는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오면 안되지만, 공을 한 번 쳐내면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 바스턴 위원장은 승부차기는 하나의 옵션일 뿐 다른 대안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