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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7차 변론에 나온 정호성 전 비서관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64·업무정지)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저지른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사진)이 19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의견 한번 들어서 반영하라’는 말씀 있었고, 그분(최순실)이 간단히 전화로 의견 전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펜 들고 연설문을 고쳤다”고 말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그렇게 해서 작성하면 그걸 또 대통령께서 고친다. 마지막까지 본인이 고치신 부분을”이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이걸 보내라’ 말씀하시진 않았다”며 “큰 뜻에서, 대통령 뜻에서 ‘자료 보내서 들어봐라’ ‘반영할 것 있으면 반영해라’ 했기 때문에 제가 판단해 ‘이건 의견을 구하는게 좋겠다’ 싶은 것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렇게 최순실씨의 의견을 받은 후 “잘 수정된 건 놔두고 아닌 건 킬했다”고 정호성 전 비서관은 말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 취재단

정 전 비서관은 또 “국무회의 자료를 최순실에게 보내주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 있다”고 말했다.

정호성 비서관은 수석비서관회의, 외장하드 등을 최순실씨에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내용을 다 본 것이 아니며, 간단히 코멘트를 하거나 수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특별히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표되기 전에 최순실씨에게 문안을 보내줬다. 어떤 식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느냐는 것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조금이라도 좋은 표현이 있을까 의견을 구했다”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으로 최순실씨 의견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관이 “말씀 자료를 수정할 능력이 최순실에게 없었다, 최씨가 바빠서 시간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런 최씨에게 당일에 있는 행사를 왜 새벽 5시, 새벽 7시에도 보내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아무튼 머리를 맞대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최씨가 정책적으로 판단해 고칠 능력은 안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작성해 말이 어려운 보고서나 말씀자료를 최씨가 쉽게 고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얼토당토않게 고치면 킬하면 되고, 제대로 전달력있게 고치면 받아들이고 제가 다듬는다. 한번 보내봐서 의견 들어서 더 개선돼 나아지게 한다면 그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주장에 재판관이 “장관들과 여러 참모들이 있지 않나. 일반인 시각에서 문건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공식 라인을 바꿔 개편해 해결할 문제지 최순실씨가 할 일인가”라고 재차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공식라인은 공식라인대로 하는 것이고 최순실씨에게 물어보는 건 사적 영역”이라며 “어느 정권, 어느 지도자에도 편안하고 자문하고 의견 구할 사람은 늘 존재한다”고 답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어 “사적 영역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참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호성 전 비서관은 또 “최순실씨가 요청해서 문건을 보내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체육특기자 관련 문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비서관은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최씨에 문건을 보내지 않은 적은 없다. 내가 최씨의 의견을 무시한 경우도 없다”며 “국무장관 접견자료 등도 말씀자료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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