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설날 기획] 설 명절에 써서는 안 되는 인사말

민족 대명절 설입니다. 오랜만에 많은 일가친척들을 만나는 때죠. 그런데 오랜만에 뵙다 보니 약간 어색함도 생기고, 그런 분위기에서 인사를 건네다 실수를 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하는 사람은 모르지만, 듣는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잘못된 인사말들을 모아봤습니다.

설날을 5일 앞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잠실동 엘스아파트 경로당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부리도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명절 때면 “작은어머님, 수고 많으셨어요” 따위 말을 자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수고’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선 ‘수고’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을 뜻하는데, ‘수고하세요’는 그런 일(어려움)을 권유하는 표현이 됩니다. 또 ‘정말 수고하셨어요’ 따위 표현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런 ‘수고’보다는 “작은어머님, 멋지세요” “작은어머님, 정말 맛있었습니다” 등처럼 고마움·반가움을 의미하는 말을 직접 쓰는 게 좋습니다.


■식사하세요

‘식사(食事)’를 한자로만 풀이하면 “먹는 일”입니다. 결국 “식사하세요”는 “먹는 일 하세요”가 됩니다. “끼니로 음식을 먹음”이라는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보더라도 ‘식사’에는 높임의 뜻이 없습니다.

더욱이 ‘식사’는 일본식 한자말입니다. 일본 군대에서 쓰던 말을 광복 후 일본군 출신들이 우리 사회에 퍼뜨린 것이죠. ‘食事’의 일본 발음은 [쇼쿠지]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어른들께는 “진지 드세요” 따위 말을 써 왔습니다. 또 ‘진지’는 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듭니다. 한두 살 많은 집안 형님께 쓰기에도 영 어색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군대용어를 쓰는 것이 좋을 리 없습니다. 따라서 ‘진지’를 쓰기 어색한 상황에서는 “형님, 점심(저녁) 드세요” 정도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절 받으세요

집안에서 친척·친지에 대한 설 인사는 세배라는 형식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그런데 세배를 할 때 절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어른에게 으레 “절 받으세요”라거나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불필요한 말이고, 좋지 않은 말입니다. 이런 명령조의 말을 하는 것은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절 받는 어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 언어 예절’은 “말없이 그냥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 옳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나이 차가 많지 않은 어른이 절 받기를 사양할 때 권하는 의미로 “절 받으세요”나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들어가세요

설 명절에 집안 어르신을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로만 인사를 드리는 일도 생깁니다. 이런 때 전화를 끊으면서 “들어가세요”라는 인사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적절한 인사말이 아닙니다. 표준화법에서는 전화를 끊을 때의 인사말로 “이만(그만) 전화 끊겠습니다”라고 하거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등 중에서 상황에 따라 적당한 것을 골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설 연휴 잘 쉬세요

‘쉬다’는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잠시 머무르다” 등의 뜻을 지닌 말입니다. 특별히 설 같은 명절과 연관이 있는 말이 아닙니다. 이와 달리 ‘쇠다’는 “명절,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맞이하여 지내다”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명절을 잘 보내기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면 “설 연휴 잘 쉬세요”가 아니라 “설 연휴 잘 쇠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