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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숨길’ 지켜야 건강하죠”

연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대한민국의 한약을 세계에 수출하는 한의원이 있다. 편강한의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광고를 본 적이 있을 익숙한 이름이다.

독특한 콘셉트로 시선을 사로잡는 편강한의원의 광고는 이미 광고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도깨비’를 패러디한 광고가 페이스북 등 여러 SNS를 통해 공유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강한의원의 유명세는 당연히 ‘약효’가 그 기반이다.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이 각종 한약재와 그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원장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을 복용하고, 약보다는 그 전에 운동 등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편강탕’의 시작

편강한의원은 폐를 깨끗하게 해 준다는 ‘편강탕’이 그 뼈대다. 지난해 서초동 본원 한 곳에서 올린 120억여원의 매출 중 대부분은 편강탕에서 비롯됐다. 비염과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편강탕은 특히 아이들의 잦은 기침에 효염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크게 성장했다.

편강탕은 서효석 현 대표원장의 자존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경희대 한의과에 진학했어요. 당시 ‘동네 한의사’로 통하시던 부친의 영향이 컸죠. 졸업 후 한의사가 됐는데 당시 편도선이 약해 자주 이비인후과를 들락날락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진료카드에 직업을 쓰게 돼 있었어요. 한의사라고 쓰는데 참 창피하더라고요. 입에 체온계를 물고 의사 선생님 처방을 듣고 있는 제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거죠. 나도 한의사인데…. 그 다음부터는 병원을 안 갔어요. 39도 고열에 시달려도 끝까지 안 갔죠. 그러다 결국 병원을 다시 찾아가고…. 해 주는 것은 ‘옥토정키’라는 약으로 목을 닦아내는 단기 처방뿐인데도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작은 병도 못 고치면서 어찌 큰 병을 말하는 한의사가 될까’.”

결국 서 원장은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개원을 하고 나니까 학생 때하고는 다르게 많은 약재를 직접 갖고 있잖아요. 제 병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몇 년을…. 마침내 약을 찾게 됐고, 그것이 현재의 저를 만들어 준 ‘편강탕’이에요.”

그는 편강탕의 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편도라는 것은 ‘숨길’을 지켜주는 일종의 군대예요. 숨 속에 섞여 적군들이 들어오죠. 독감·폐렴균 등요. 병균들은 이런 생각을 할 거예요. ‘저 목구멍만 넘어가면 자손만대 먹고 살 수 있게 된다.’ 그때 그것을 지키고 막아주는 것이 편도라는 군대인 거죠.”

그는 만병의 근원이 ‘숨길’이 건강하지 못한 데 있다고 했다.

“감기균이 침투해도 편도 이상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목구멍 위에서만 놀게 되겠죠. 따라서 독감 등 열감기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양계장을 인수할 계획으로 현재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폐로 숨쉬는 모든 생명체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요. 현재 맹위를 떨치고 있는 AI도 그 대상입니다. 현재까지는 생각에 머물지만 원리는 결국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면 소·돼지가 걸리는 감기, 즉 구제역까지로 대상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적 근거요? 있죠!

“이런 생각들을 얘기하면 많은 반론을 듣게 돼요. 특히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말…. 안타까웠어요.”

지난해 10월, 중국의 SCI급 논문지 JTCM에는 그의 논문이 게재됐다. ‘편강탕 추출물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유발된 염증성 객담의 과다 분비와 블레오마이신 유발성 폐섬유화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서 원장과 충남대 이충재 교수, 삼육대 이현재 교수 연구팀이 약 4년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편강한의원에 따르면 한약과 관련해 그 원리를 설명한 논문이 SCI급 학술지에 실린 것은 특히 드물다.

“현대 의학에 맞게 논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제 생각을 발표한 거예요. 모든 것을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죠.”

서 원장은 논문이 발표된 이후 더 큰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한약으로 ‘폐섬유화’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논문이었어요. 폐암보다 무서운 병이죠. 폐가 돌처럼 굳게 되는 것. 폐가 건강하다면 안 좋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서 원장은 ‘편강탕’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는 폐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무리 편강탕을 먹어도 흡연 등으로 폐의 건강을 해치면 백약의 무효라고 말했다.

한약이 인체 각 기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서 원장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을 복용하고, 약보다는 그 전에 운동 등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둑 없이 못 살아

서 원장을 얘기할 때 바둑을 빼놓을 수 없다. 아마 강자로 통하는 그는 바둑대회를 직접 주최하고 있을 만큼 바둑 애호가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친의 영향으로 바둑 사활책을 많이 봤어요. 부친이 당시 책방을 같이 하셨는데 책값을 못 갚은 한 분이 바둑판을 대신 들고 왔어요. 놓을 공간이 좁다 보니 내 방에 놓게 됐죠. 그때부터 시간날 때마다 사활책을 보고 혼자 연습을 하게 됐어요.”

서 원장은 현재 공인 아마추어 6단이다.

“서봉수 9단과 붙어 5만원을 딴 적이 있어요. 그때 얼마나 성질을 내던지…(웃음). 도전기를 두는 기분이라면서 괜히 옆에 있던 제자들한테 막 화를 내더라고요.”

6년 전부터는 인터넷 바둑대회를 직접 주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둑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한국기원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편강한의원배 바둑대회다. 무명 시절의 커제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이후로도 응씨배 우승자 판팅위와 떠오르는 신예 퉁멍청 등이 편강한의원배를 거쳐 갔다. 가장 작은 세계대회이지만, 행운이 따르는 대회란다.

■바둑과 숨길

그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둑에서 이기려면 집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중력은 ‘숨길’이 편할 때 생긴다고 봐요. 요즘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성주위산만증은 결국 비염이 원인이에요. 미국의 총기사고를 보면, 인터넷 게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은 무언가를 해야 해요. 다만 그것이 인터넷게임에 집중돼 있는 게 문제죠. 더구나 살벌하죠. 폭파하고 죽여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이 사고를 치게 되는 거예요.”

그는 인내심의 게임인 바둑에 인생이 있다고 본다.

“바둑에 인생이 있고 인생의 교훈이 있죠. 인터넷 게임을 바둑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중국은 고위 관리직들에게 바둑을 배우게 합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바둑을 교육하고 있죠. 바둑문화는 서양에도 보급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한 첫 단계가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인터넷 게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회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한 환자의 맥을 짚고 있는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서 원장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을 복용하고, 약보다는 그 전에 운동 등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세부터 새 인생”

서 원장에게 본인은 얼마나 오래 살것 같으냐고 물었다.

“저는 99세까지 ‘인생 제1막’을 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100세부터 제2의 인생을 살 거예요. 물론 가봐야 알겠죠(웃음). 지금 제 전화번호 뒷자리가 8760이에요. 우연히 받은 번호인데 여기에 제 인생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8760…, 이 번호처럼 내 나이도 거꾸로 갈 거예요.(웃음)”

그는 얼마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암 치료 전문 병원인 텍사스 MD엔더슨 병원을 둘러봤다.

“최소 진료비가 300만달러에, 일반적으로 500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6개월 정도 생명을 연장시키는 게 다죠. 혼자 생각했어요. 한의학이 잘 알려진다면…, 반의 반 정도 비용으로도 이중의 절반은 살리겠다는 생각. 제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서효석 원장은?

1972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했다. 1998년 경기도 군포시 남천한방병원 병원장, 2001년 군포시 경희한의원 원장, 2002∼2008년 편강한의원 안산점 원장, 200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편강한의원 서초본점 대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편강한의원은 서초본점을 포함해 부산·대구·안산·산본과 서울 명동, 부천 편강한의원 등 모두 7개 한의원 체제로 구성돼 있다. 서효석 원장은 현재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를 비롯해 사단법인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 한중의료우호협회 공동 대표, 사회복지법인 문공회 특별회원, 보사동우회 특별회원 등으로 다방면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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