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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 닭 머리가 나쁘다? 반려견 뺨치는 반려닭의 세계

김충근씨(46)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다.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면 반려동물은 반갑다는 소리를 낸다. 이름을 부르면 무릎 위로 오고 손을 달라고 하면 발을 올려놓는다. 반려인이 잠시 사라지면 불안해하기도 한다. 여느 반려견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충근씨의 반려동물은 5살배기 토종닭 ‘마트’다.

김씨와 마트의 만남은 순전히 아들 경준군(8) 때문이었다. 김씨가 닭장 안에서 갓 부화한 달걀을 프라이해 먹으려 했지만 아들이 말렸다. 아들은 달걀도 생명이므로 먹을 수 없고 부화시켜야 한다고 졸랐다. 김씨는 그 길로 달걀을 막무가내로 서울 집에 가져왔고, 직접 부화시킨 병아리를 키운 것이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김씨가 팔뚝을 가져다 대면 마트는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올라탄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면 그린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김씨가 바닥이나 물건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그곳을 쪼기 시작한다. 재주를 부린 후 “꾸꾸꾸꾸” 소리를 낸다. 김씨는 “먹이를 주지 않아 기분이 심드렁한 모양”이라며 먹이를 주자 이내 조용해졌다.

김충근씨의 반려닭 마트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김충근씨의 반려닭 마트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김씨는 마트와 함께 생활하면서 닭도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는 “닭의 언어는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은 닭이 ‘꼬끼오’라는 소리만 낼 것이라 생각하지만 화가 날 때, 기분이 좋을 때, 토라져 있을 때, 무서워할 때 등의 소리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닭은 멍청하지 않다. 반려견이 교육을 받고 한 동작을 10번 이내에 알아듣는다면 닭은 20번이면 된다. 사진을 기억해 내 구별할 줄 알고 다른 재능도 많아 아들 학교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충근씨와 그의 아들 김경준군이 반려닭 마트와 교감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충근씨의 반려닭 마트.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마트의 기저귀, 입마개, 클리커, 평상복, 한복 등은 김씨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쏟아낸 노력만큼 정도 깊어졌다. 김씨는 “처음 키울 때는 관련 정보가 없어서 하나둘씩 부딪치면서 용품을 만들고 교육법도 알아냈다. 아들 때문에 키우게 됐는데 이제 나도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알에서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 함께 커오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 자체로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셈이다. 아빠만큼 마트를 사랑하고 아끼는 김군은 닭의 해를 맞이해 올해에는 신년 계획까지 세웠다.

“올해에는 아빠, 그리고 마트와 함께 꼭 한강을 가보고 싶어요.”

아들은 벌써부터 행복한 나들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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