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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vs 알파고 ‘4월 대국설’ 진실은?

커제 9단이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커제 vs 알파고 ‘4월 대국’ 진짜 벌어지나?”

최근 “오는 4월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과 업그레이드된 알파고가 일전을 치른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커제 vs 알파고의 공식 대결 외에 한·중·일 대표팀이 알파고와 ‘상담기(여러 명이 최고의 수를 논의한 후 착점하는 방식)’로 자웅을 겨룬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보도가 나오자 세계 바둑팬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신년 초 업그레이드된 알파고가 인테넷 바둑사이트에서 커제·박정환 9단 등 세계 최고수를 상대로 60연승을 거둔 사실이 이미 알려진 만큼 진화된 알파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바둑팬들의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국기원 측은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기원 고위 관계자 역시 “우리도 그런 기사를 봤고, 구글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며 “일정 등이 확정되면 한국기원 측에 알려 주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세돌 9단에 이어 두 번째 인간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커제 9단도 “전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4월 대국’이 사실임을 뒷받침해 주는 ‘정황 증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중국 바둑담당기자 대부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는 20일 공식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기자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알파고의 손’으로 불리는 알파고 개발팀의 아자황 박사가 “팀으로부터 누구와도 접촉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는 점도 일전이 임박했음을 간접 증명한다. 지난해 이세돌 vs 알파고의 대결 때에도 구글 측은 한국기원·이세돌과 계약을 맺으며 “기자회견 전에 발설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번에도 그런 조항이 있어 중국기원과 커제 9단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며, 아자황 박사까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는 얘기가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4월’이라는 점도 힘을 보태는 요소다.

다음달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 일본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 중국랭킹 4위 미위팅 9단과 일본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딥젠고’가 출전하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이 벌어진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우러지는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대회다.

그러나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딥젠고의 실력은 현재 ‘한국 10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인공지능이 패할 게 뻔하고, 이후 알파고가 ‘인간 1인자’ 커제 9단을 꺾는다면, 구글이 다시 한 번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법하다.

하지만 ‘4월 대국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비공식 대국에서 이미 박정환·커제 9단을 수차례 연파하고, 박정환 9단에게서 “나보다 한 수 위”라는 소리까지 들은 알파고가 굳이 커제 9단과 대국을 벌여 얻을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국기원 측이 ‘커제 vs 알파고’의 대국을 성사시키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특히 커제 9단과는 1:1로 대결하고 다른 선수와는 상담기를 벌이는 것은 프로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로, 공식적인 대결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들도 쏟아진다.

결국 ‘커제 vs 알파고 4월 대국’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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