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블랙리스트 정국 ‘國家不幸 詩人不幸’ 뚫고 나온 시집 ‘검은 시의 목록’

중국 청대 역사가 조익의 말 ‘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을 떠오르게 하는 요동치는 정국 속에 한권의 시집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진 시인 99인의 시를 모은 시집 ‘검은 시의 목록’(걷는사람)이 출간됐다.

이 시집에는 신경림, 강은교, 장석남, 안도현 등 원로와 중견시인은 물론 박준, 박소란 등 젊은 시인들의 시까지 망라된 이 시집에는 안도현 시인이 약 2년 이내로 잡지에 발표하거나 지면에 발표하지 않은 블랙리스트 시인들의 시들을 골랐다.

안도현 시인은 시집 서문에 “누군가는 이들을 검은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한 가지 색으로 칠하고 억압할 수 없다”며 “이들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무지개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옳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적었다.

시집 속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신경림 시인의 시에서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안도현 시인의 시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실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들어간 시인들이 사회적 목소리 뿐 아니라 다양한 시를 지어왔음을 증명한다.

시집을 펴낸 출판사 걷는사람 측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들을 옥죄려고 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시인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검은 시의 목록’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서울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시낭송회도 열릴 예정이다.

시인이자 국회의원인 도종환, 함민복, 정우영, 안상학, 천수호, 유병록, 권민경, 최지인 등 시인들이 낭송회에 참여한다.

시집에 이름을 올린 강은교에서 황인찬까지 이어진 시인들의 이름을 보면 박 근혜 정부는 ‘문화계 불랙리스트’를 작성해 전대미문의 ‘국가불행 시인불행(國家不幸 詩人不幸)’의 시대를 창조한 듯 하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