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펫피] ‘묘’한 매력에 빠진 ‘집사남‘들

‘나는 고양이가 좋다’…집사를 자처한 남자들

여행 빼고는 불편한 거 없어…남자가 키우기 ‘딱’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 한다. ‘캣대디’란 단어는 아직 한국에서 생소하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인들 중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여기 ‘집사’를 자처한 남자들이 있다.

박수곤씨의 반려묘들. 사진|박수곤씨 제공

박수곤씨(43)의 옥상에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고양이는 처음 보는 박씨의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며 친근감을 표했고 그날로 반려묘 ‘웅이’가 됐다. 얼마 뒤 지인에게서 “웅이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는 꿈을 꿨다”는 전화가 왔지만 박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얼마 뒤 웅이의 배는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고 정확히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다. 안타깝게 죽은 한 마리를 제외한 웅이 가족 여섯 식구는 지금까지 박씨와 함께하고 있다.

박씨는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어 처음에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고 고양이 용품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미 반려견 여섯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씨에게 고양이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지구상에 이런 동물이 있나 싶다”며 “여행을 마음대로 못 간다는 것 빼고는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는 남자가 키우기 좋은 반려동물이다. 반려견처럼 적극적인 애정이 아닌 ‘츤데레’(새침데기) 같은 매력을 준다. 남자들은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고양이는 남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박한겨레씨(30)도 반려묘와 함께 사는 ‘집사남’이다. 혼자서 보살피기에는 고양이가 좋을 것 같아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한다. 그중 ‘뚱이’는 꾹꾹이(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물이나 대상에게 안마를 하는 듯한 독특한 행동)를 박씨의 두피에 한다. 발톱을 깎지 않은 날에는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박씨는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고양이는 도도하다고 하지만 애교가 참 많은 동물이다”며 “성격도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돼서 거기에 맞춰 챙겨줘야 하고, 또 스스로 변하는 모습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기동씨 반려묘. 사진|이기동씨 제공

‘구름이’와 ‘구슬이’는 이기동씨(36)의 반려묘들이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묘와의 일상을 틈틈이 만화로 그려 올린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함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반려묘 때문에 여행 계획이 쉽지 않다. 털 빠짐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가장 힘든 것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집 계약이 거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씨는 고양이는 매력적인 반려동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몸을 딱 붙여 부드럽고 따뜻하게 자신들만의 위로를 건넬 때 정말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묘(猫)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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