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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후보들이 상왕십리로 간 까닭은?

‘대권을 잡으려면 바둑팬심부터 잡아라!’

대통령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권 후보들의 발길이 상왕십리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그곳에 한국바둑의 본산 한국기원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이세돌 9단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인간미 넘치는 투혼을 내뿜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9단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덕인지 안 지사의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원유철 의원, 안철수 전 대표.

그러나 안 지사에 앞서 바둑계에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이세돌 vs 알파고의 대결’ 이후 가장 먼저 출간된 <78>의 추천사를 쓰면서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들로부터 ‘Resign(물러나다)’을 받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Resign’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졌다는 표시로 컴퓨터 화면에 띄운 낱말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과 한국기원 연구생들을 대상으로 제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해 특강을 하며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바둑의 가치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바둑을 향한 애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이달 초 한국기원을 찾아 이창호 9단을 비롯한 프로기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일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젠6와 대국을 펼치며, 자신 역시 ‘바둑인’임을 알렸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의원(새누리당)이 무엇보다 먼저 한 일 역시 ‘바둑인 신고’였다. 그는 김기선·조훈현·김순례 의원 등 ‘동료’들을 이끌고 한국기원을 찾아 한국형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전망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국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돌바람’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대권후보들이 바둑계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데 대해 구기호 <월간 바둑> 편집장은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성인 기준으로만 약 921만명의 국민이 바둑을 두는 것으로 추산되고, 국민 4명 중 3명은 ‘바둑이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둑팬심을 잡기 위한 대권 후보들의 애정 공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역대 대통령 중 대부분은 바둑을 두거나 실력도 짱짱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예 아마9단인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과 ‘영원한 기성’ 우칭위안의 형 우디성(吳滌生)을 경무대로 불러 대국을 관전할 만큼 바둑을 좋아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아마 7~8급의 애기가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집무 중에 바둑을 두는 것을 싫어했으며, 그 때문인지 단위도 없다.

명예 아마8단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KBS바둑대축제를 만들고, 직접 TV에 얼굴을 비출 정도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컸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사위 최태원 SK회장과 대국을 벌일 정도로 바둑을 즐겼다.

또 고인이 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역시 바둑을 둘 줄 알았다. 다만 두 사람은 바둑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며, 현역 의원 등이 바둑에 빠지는 것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바둑행사에 얼굴을 비치곤 했다.

바둑을 향한 대권 후보들의 애정 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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