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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조창인의 새 장편소설 ‘해피빌라’

변두리 재개발 지역, 다 쓰러져 가는 4층 건물 ‘해피빌라’. 해피빌라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부터 흔든다. 왠지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이곳의 구성원은 이른바 ‘소외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온전한 가족을 구성하지 못했으며, 저마다 가슴 한구석이 결핍의 상처로 구멍 나 있다.

괴팍한 욕쟁이 할머니부터 부모마저 저버린 지적장애인까지 해피빌라는 도저히 ‘일반’적이라든가 ‘평범’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집합 공간이다.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해피빌라 식구’라 부르며 가족보다 더 진한 의리와 따뜻한 정으로 뭉쳐 살고 있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 ‘동동이’를 키워 준 것도 해피빌라 식구이다. 언제부턴가 동동이가 없으면 웃을 일도 없다는 해피빌라. 이제 동동이는 명실공히 해피빌라의 마스코트다. 그런데 해피빌라에는 정작 동동이만 모르는 비밀 하나가 있다. 동동이 엄마에 관한 일이다.

여섯 살 꼬마에서 열두 살이 되기까지, 동동이 마음속에서는 점점 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피빌라 식구들 중 누구 하나 엄마 이야기를 명확하게 해주지 않는다. 동동이에게 엄마 이야기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하지만 더 이상 어른들 눈치만 볼 수는 없는 일. 동동이는 급기야 엄마를 찾아 가출을 감행하는데….

베스트셀러 <가시고기>의 작가 조창인이 신작 장편소설 <해피빌라>(위즈덤경향)를 출간했다. 조창인은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가시고기>를 시작으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화돼 가는 우리 사회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널리 사랑받아 온 작가다. <해피빌라>는 그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깃든 따뜻함을 그려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집필한 작품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또는 ‘함께’라는 말보다 혼밥·혼술·혼행 등처럼 혼자가 자연스러워진 세상에서 다시 한번 가족과 이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설이다.

<해피빌라>의 주인공은 열두 살 소년 ‘우동동’이다. 동동이는 변두리 재개발지역의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서 엄마 없이 빌라 이웃들의 손에 컸다. 그리고 <어린 왕자>를 줄줄 외우고 다니는, 나이보다 훌쩍 마음이 더 커버린 ‘꽤’ 엉뚱한 아이다. 이 엉뚱한 아이가 풀어내는 ‘해피빌라 식구들’ 이야기는 마치 최근에 유행한 <응답하라 1988>를 보고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유쾌하다. 가난했던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돼 주고, 나눌 정과 마음만은 풍족했던 이웃들의 이야기다.

그 누구보다 ‘관계의 미학’ 또는 ‘관계의 아름다움’에 천착해 온 조창인은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시대에 잃어버려서는 안될 관계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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