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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오늘도 스트라이크!

볼링을 즐기는 아이들.

지자체 체험학습 추가 운영비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아이들과의 볼링’을 선택했다. 우리 센터는 행정구역으로는 시에 속하지만, 시내에 가려면 시내버스로는 1시간 이상은 가야 하는 농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자 골프선수들이 미국 프로골프를 휩쓸면서 이곳 면 소재지 초등학교에도 간이 골프연습장이 생기고 지역에도 골프장이 두 곳이나 있다. 그래서 골프보다 생소한 운동이 볼링이다.

볼링체험 첫날, 볼링장 관리부장님께서는 체험에 앞서 아이들에게 볼링의 에티켓과 기본 동작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 몇 번은 아이들도 교육받은 대로 잘 따라 했다. 그러나 초보들의 볼링공이 제대로 굴러갈 리는 만무한 일. 굴리고 던지는 대부분이 옆 골짜기로 빠졌고, 정말 어쩌다가 가뭄에 콩 나듯 볼링핀을 맞히면 겨우 한두 개 쓰러뜨렸다. 슬슬 흥미를 잃고 장난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운동이든지 처음부터 잘되는 것은 없다”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볼링공을 굴리는 것조차 무섭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볼링공이 옆으로 빠지자 볼링영화를 본 몇몇 아이들이 영화 주인공의 폼을 따라 해보면 안 되냐고 졸랐다. 그것도 경험이다 싶어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 옛말에 “애들 앞에서는 냉수도 먹지 말라”더니, 꼭 그런 짝이었다. 볼링영화 속 주인공처럼 엉덩이를 쭉 뺀 채 엉터리 폼을 잡고 볼링공을 굴리는 모양이라니…. 하지만 그런 엉터리 폼으로 볼링공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자세를 이렇게 해도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니, 그제야 어떻게 자세를 해야 되느냐고 질문하며 차분하게 볼링을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다시 기본 동작을 가르쳐 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더니 스트라이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볼링에서의 스트라이크! 그것은 아이들에게 크나큰 환희였고, 대단한 경사였다. 아이들의 입이 귀밑까지 벌어졌다. 스트라이크 후 점수가 나오지 않자 아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트라이크 점수 계산 방식을 알려주자 그제야 이해하고, 보너스 점수를 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볼링공을 굴렸다.

처음에는 옆 라인 눈치를 보고, 친구들 시선을 의식하랴 볼링에 집중하지 못하더니, 차츰 자세가 익숙해지자 옆 라인보다 먼저 치려고 서둘렀다. 열심히 볼링공을 닦기도 하고, 다른 공으로 바꿔 오는 등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귀엽고 예뻤다. 눈물을 글썽이던 녀석도 어느새 밝은 웃음으로 볼링공을 굴렸다. 기쁨의 함성과 탄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느덧 귀가시간이 됐다. “오늘은 이만 마치자”고 하니, 아이들은 두 게임으로 마치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볼링체험은 승패를 떠나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벌써부터 다음주에 이어질 두 번째 볼링 체험학습의 꿈에 부풀었다. 아이들은 꿈에서도 볼링공 굴렸을지 모른다. 사랑한다, 우리 귀여운 꽃들아. 좋은 꿈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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