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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려충’과 산다

김영관씨(20)의 집에는 약 1000마리의 곤충이 있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수풍뎅이, 참나무하늘소, 왕사마귀 등이다. 최근 각광받는 곤충사업 때문은 아니다. 모두 김씨의 애정이 깃든 ‘반려충’이다.

7세 때부터 곤충을 키워 왔다는 김씨는 “1000마리는 두 세대 정도 키우다 보면 나오는 곤충마니아들에게는 흔한 수치”라며 “곤충은 관리가 쉽기 때문에 비슷한 종을 기른다면 키우기 버겁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식 환경이 까다로운 왕사슴벌레를 채집하기 위해 숙소를 잡고 2~3일 동안 산 속을 헤매기도 했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길에 감이 잡히는 나무를 쪼갰더니 왕사슴벌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가 그의 ‘곤충인생’ 중 가장 운이 좋은 순간이었다.

김영관씨의 반려곤충 톱사슴벌레. 김영관씨 제공
김영관씨의 반려곤충 톱사슴벌레. 김영관씨 제공
김영관씨의 반려곤충 장수풍뎅이. 김영관씨 제공

김씨와 같은 곤충마니아들은 ‘육종’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는다. 육종이란 곤충을 품종 개량하는 작업을 말한다. 처음 채집한 모습보다 턱이 굵어진다거나 대형화할 수도 있고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명이 짧은 곤충은 몇 세대만 지나도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최근 반려곤충을 맞이하는 인구가 부쩍 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이 가능하고 관리가 수월해서다.

관련 산업 또한 번성 중이다. 2015년 유용 곤충 산업 전체 규모 3000억원 중 반려곤충 분야는 500억원에 달한다. 롯데마트의 2015년 장수풍뎅이·사슴벌레 등 곤충 매출은 2010년보다 261% 늘었다. 먹이·사육장 같은 용품 판매 또한 8배 이상 뛰었다.

반려곤충 판매점 더쥬를 운영하는 김주식씨(26)는 “10대부터 30대 남성이 주고객층”이라며 “책임감 있게 자기주도적으로 키울 수 있고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곤충을 기르면 정서적·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남녀 대학생 4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만 2개월간 곤충을 기르게 했다. 이후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6가지 항목에서 곤충을 기르게 한 그룹의 점수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이, 시골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집단에서의 효과가 더 컸다.

연구를 진행한 우수동 충북대 교수는 “다른 반려동물처럼 곤충도 인간의 심리를 치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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