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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일의 다욧일기] 2편-이 냉장고는 내 냉장고가 아니여

“다원아, 나는 평소에 다른사람에 비해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살이 찔까? 하루에 사용하는 칼로리만 맞추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은 저녁을 굶고,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은 점심을 굶어. 1일 1식을 하면 몸이 가벼워진 것 같고 시간도 아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거든.”

“언니, 언니가 ‘다이어트’라고 주장하던 그 ‘1일 1식’이 잘못이에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채우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이 와요. 근육이 줄어들고 기초대사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언니처럼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되는 거죠. 언니, 근육량이 늘어나면 조금만 움직여도 지방을 더 많이 태울 수 있어요. 또 그렇게 몰아 드시면 반드시 폭식을 하게 돼 있어요”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흰 쌀밥’은 금기 식품이 됐다. 첫 식사로는 손바닥만한 닭가슴살 한덩이, 데친 채소, 찐 고구마를 먹었다. 사진=강주일 기자

다이어트 멘토를 자처한 머슬마니아 챔피언 출신 신다원은 첫 미팅부터 엄청난 일침을 쏘아댔다. 결국 덜 먹기 위해 해왔던 오랜 식습관이 몸매를 무너뜨리는 주범이었던 셈이다. 신다원은 자신이 대회 출전 당시 실천했던 식단표를 들고 와 내가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줬다.

“하루 한끼는 닭가슴살이나 삶은달걀과 채소로 식사하고 한 끼는 단백질 셰이크로 대체합니다. 다른 한 끼는 일반식으로 먹지만 흰 쌀밥은 안 돼요. 탄수화물은 끼니당 고구마 1개, 혹은 오트밀에 저지방 우유로 섭취하고, 정 밥이 먹고 싶다면 현미밥으로 드세요. 오후 4시에 꼭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고, 비타민 등 영양제도 준비하세요. 우유는 저지방으로, 언니가 지금 들고 있는 라테나 모카는 당연히 금지. 아메리카노만 드세요.”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장바구니와 냉장고가 180도 달라졌다. 마트에 가면 주로 구입하던 라면과 맥주, 초콜릿 아이스크림대신 두부와 닭가슴살, 냉동 새우, 쌈채소 등을 구입해 채워 넣었다. 사진=강주일 기자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장바구니와 냉장고가 180도 달라졌다. 마트에 가면 주로 구입하던 라면과 맥주, 초콜릿 아이스크림대신 두부와 닭가슴살, 냉동 새우, 쌈채소 등을 구입해 채워 넣었다. 사진=강주일 기자

당장 그녀의 식단대로 ‘식량’을 준비하기로 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모바일 앱으로 고구마 말랭이, 즉석 현미밥, 냉동 닭가슴살, 냉동 새우살, 단백질 셰이크, 오트밀을 주문했다. 마트에 가서는 두부, 브로콜리, 양배추, 도토리묵, 달걀을 샀다. 아, 맥주를 대신할 탄산수도 대량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와 찬장을 뒤집어 엎었다. 맥주와 과일, 초콜릿 아이스크림, 각종 술로 가득 차 있던 냉장고는 어느새 ‘하나도 먹고 싶지 않은 음식’들로 가득 찼다. 냉장고가 너무나 낯설었다.

오늘은 첫 날이라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소주 1병과 방어 한 접시를 흡입한 뒤 집에 돌아와 2차로 맥주 1캔에 오짬라면을 곁들이고, 잠들기 전 와인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는 그 ‘행복한 코스’를 …. 나는 과연 다이어트 기간 동안 그것을 잊을 수 있을까. -다음편에 계속-

‘다이어트 멘토’ 신다원 선수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기념” 이라며 고구마 말렝이를 선물했다. 가방 속에 하나씩 넣고 다니며 끼니를 놓치는 일이 있거나 입이 심심할 때 과자나 초콜릿 대신 먹으라는 것. 그는 너무 허기지면 달콤한 간식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사진=강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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