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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말하는대로’ 정효민PD “이순재-윤여정-장미란-GD 초대하고파” ②

종합편성채널 JT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말하는대로>는 산파 역할을 한 연출자부터 “별로 재미없겠다”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SBS에서 JTBC로 건너가 <마녀사냥>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 정효민PD는 지금껏 무수히 시도됐던 강연 프로그램에 설정만 조금 바꿔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말하는대로>에는 마치 제목대로 ‘말하는대로’ 이루고 싶은 이들의 소망이 담겨있고, 큰 길(大路)이라는 한자를 넣어 ‘말하는 큰 길’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이렇게 판을 제작진이 깔아도 출연자가 속 이야기를 터놓고 못하면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제작진은 굉장히 섬세한 감각으로 출연자들에게 다가선다. 정효민PD는 시종일관 부드럽게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욕심을 내는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①에서 계속)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말하는대로’의 연출자 정효민PD. 사진 JTBC

- 버스킹 가운데 개인의 속 이야기나 비밀 등 쉽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주제들을 어떻게 구체화하나요.

“대부분 버스커들은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 걱정이 많습니다. 나가기 전까지 긴장도 많이 하시고요.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준비한 이야기보다 말이 길어질 때가 많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고들 하세요. 녹화 후에는 거의 만족하고 돌아가십니다. 그 분들이 다시 피라미드식으로 주변에 알음알음 소개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작가분들이 버스커와 자주 만나고 통화합니다. 주제가 바로 떠오르진 않고요. 미팅을 해 이리저리 편한 이야기를 한 다음 자연스럽게 주제가 구체화됩니다.”

- 다양한 길거리가 등장합니다. 장소 섭외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섭외의 뒷이야기도요.

“유동인구가 많은, 젊은 거리 위주로 찾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홍대, 연남동, 건대입구, 신촌, 강남역, 삼성역 등이죠. 시민들이 우연히 버스킹을 만나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다만 지금은 한겨울이라 버스킹을 야외에서 하는 건 너무 추울 것 같아 천장이 있는 지하몰이나 비어있는 임대건물들을 찾습니다. 추위가 풀리는 서울을 벗어나 전국을 다니려고 합니다. 부산이나 제주 등의 답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 연출자로서 기억에 남는 버스킹이 있나요?

“모든 버스킹이 의미가 있지만 홍석천씨의 버스킹이 깊게 남네요. 홍석천씨와는 <마녀사냥>을 2년 동안 했는데 이 버스킹처럼 속 깊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마녀사냥>을 통해 꾸준히 대중들과 성소수자들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던 노력이 드러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유병재씨 섭외가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인물이 궁금했는데 유병재씨는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성격이 더욱 확장되는 결과가 돌아왔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권주자들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정치인의 출연도 있습니다. 대전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더 많은 정치인들의 출연 요청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물리적으로 이달 말 내달 초에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고, 결과가 인용이 난다면 60일 후에 대선인데요. 대선 전 90일부터는 후보자가 예능에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찌보면 가장 최근에 나온 안희정 지사가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지지율로 볼 때 유의미한 대선 후보는 가능하면 버스커로 모시려고 하고요. 정치인들에게는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지점이 넓은 분이라면 누구든 나오실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출연자가 있을까요?

“제가 욕심이 좀 많습니다. 배우 이순재 선생님, 윤여정 선생님이 버스킹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소설가 김영하씨, 김중혁 작가님, 스포츠분야에서는 장미란 선수, 방송계에서는 이금희 아나운서, 가수로는 빅뱅의 지드래곤 등 모시고 싶은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분들을 모실 수 있게 JTBC 최장수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결국 프로그램의 가치는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리고 둘을 둘러싸는 공간이라고 생각되네요. <말하는대로>가 어떤 프로그램이 되면 좋을까요.

“장르는 다르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이 됐으면 합니다. 소소하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오래가는 프로그램이요. JTBC 캠페인 중에 ‘다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다양성의 가치가 좀 더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 그리고 다양한 공간을 담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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