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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커제·이야마 유타 꺾는다…농심신라면배 출격

박정환 9단(오른쪽)과 이야마 유타 9단이 제1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승부를 벌인 후 복기를 하고 있다.

‘제2의 상하이 대첩을 완성하라!’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에게 한국 바둑팬들의 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제2의 상하이 대첩을 완성해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세우라는 지상명령이다.

현재 한국바둑은 ‘빙하기’를 맞을 위기다. 지난해 ‘이세돌 vs 알파고’의 대결 이후 관심이 급증하면서 부흥의 시대를 맞는 듯했으나, 연이어진 세계대회에서 중국세에 밀리며 흥을 잃은 탓이다. 지난 1년 동안 개인전으로 치러진 세계대회 왕좌는 모두 중국선수들이 앉았다.

그러는 사이 국내 바둑열기도 사그라들면서 주요 기전들의 명맥이 끊기고 있다. 바둑 르네상스를 위한 대반전, 영웅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바둑이 위기에 빠질 때면 언제나 생각나는 얼굴, ‘돌부처’ 이창호 같은….

한국바둑을 세계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전은 누구 뭐라 해도 ‘농심신라면배’다. 여타 세계대회도 한몫을 하기는 했지만, 한·중·일 국가대항 단체전으로 치러지는 농심신라면배만큼의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농심신라면배의 수호신’ 이창호 9단이 있었다. 그는 1회부터 6회 대회까지 늘 주장을 맡아 자신의 손으로 6연속 한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 기간 중 단일 대회에서 14연승을 내달렸다. 특히 2005년 6회 대회 때의 기적 같은 5연승은 ‘상하이 대첩’으로 불리며, 한국바둑사에 한 획을 그은 쾌거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기사를 모두 꺾어도 이창호가 남아 있다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이제 그 전설 같은 승부를 재현하기 위해 현 한국바둑의 지존 박정환 9단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리는 제1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3차전 10∼14국을 치르기 위해서다.

한·중·일 3국이 각각 5명씩 팀을 이뤄 자웅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마지막 주자 박정환 9단이 지난해 11월 중국 판팅위 9단의 8연승을 저지하며 간신히 첫승을 신고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옌지에서 치러진 본선 1차전에서는 이세돌 9단과 이동훈 8단이, 11월 부산 농심호텔에서 벌어진 본선 2차전에서는 강동윤·김지석 9단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전장에서 사라졌다. 일본도 1·2차전에서 단 1승만 거뒀다.

따라서 올시즌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리는 이번 최종 무대에는 한국과 일본은 각국 1인자인 박정환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만 외로이 출전한다. 반면 혼자 7승을 수확하며 이 대회 최다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판팅위 9단이 맹활약한 중국은 랭킹 1위 커제 9단을 비롯해 퉈자시 9단, 롄샤오 7단, 판윈뤄 5단 등 4명이 생존해 있다. 박정환 9단으로서는 앞으로 5연승을 추가해야 한국에 우승컵을 안긴다. 뻔히 보이는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박정환 9단은 자신감이 넘쳐난다. 21일 일본의 1인자 이야마 유타 9단과 본선 10국을 벌이는 그는 “이야마 유타 9단이 일본 최강자인 데다 상대전적도 1승2패로 뒤져 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며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면 5연승을 못 이룰 까닭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바둑의 부활찬가를 부르고픈 바둑팬들의 염원을 들어주기 위해, 3년 연속 중국에 넘겨준 우승컵을 찾아오기 위해 박정환 9단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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