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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항 트로트 ‘모르쇠’ 부른 권윤경 “KBS·MBC 등에 방송심의 넣을 것”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풍자 트로트 ‘모르쇠’를 부른 권윤경이 지난 18일 제16차 춧불집회 무대에 올랐다. 그녀도 촛불이 처음이지만, 촛불도 트로트가 처음이었다. 생소한 이들의 만남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 싱크로율 100%를 기록했다.

가수 권윤경.

‘모르쇠’의 화제몰이는 한 달간 휘몰아치듯 벌어졌다. 이 노래의 작사·작곡가인 유지성씨는 지난달 17일 이 노래를 만들었고 25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제15차 촛불집회’ 당일인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순식간에 퍼진 이 영상은, 이달 15일 2000장을 CD로 만들어 유통했으니 초고속 상승세다. 노래를 부른 권윤경과 노래를 만든 유씨는 부부다. 부창부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 지 모른다. 이들 부부를 ‘모르쇠’ 첫 무대였던 ‘촛불집회 공연’ 후 지난 18일 만나 ‘모르쇠’ 탄생 비화를 들었다.

■‘열’받아 만든 곡…‘필’받아 대히트

남편인 작곡가 유지성씨는 흔히 ‘꼴통 보수’ 비스무리한 정치색을 견지했다. 가수인 아내 권윤경은 ‘일부종사’의 전통적 사고를 지녔다. 두 사람은 꾸준히 보수정당에 투표를 해왔고, 불과 몇달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투표 역시 ‘기호 1번’을 찍었다. 그러나 작곡가 유씨는 정유년이 밝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에 피로감이 더해져 화병이 엄습했다. 작곡가 유씨는 “하루는 밤샘 녹음 작업을 하고, 국정조사 청문회를 보는 데…. 이들의 말이 일반상식을 뛰어 넘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나 이들의 거짓말로 시(작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한 5일 걸렸나?”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 노래를 주변 친구들에게 보내 반응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적극 만류하는 조언 뿐이었다. 그렇다고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앞서 밝혔듯, 유씨는 정치적으로 ‘꼴통보수’ 였고 가정적으로 ‘가부장’적이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내 권윤경에게 이 노래를 녹음하자고 말했고 “이 노래를 부르란 말이에요?”라고 화들짝 놀랐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했다. 결국 ‘모르쇠’는 저항적 트로트지만 제대로된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가정의 평화’ 때문에 이끌려 부른 노래가 ‘한반도의 정치적 평화’를 기원하는 축원가가 된 셈이다. 이 노래의 유튜브 재생 건수는 몇개의 채널을 통해 19일 현재 10만부를 훌쩍 넘어섰다. 유씨는 “‘모르쇠’ 후속곡으로 ‘엮였어요’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항 트로트 ‘모르쇠’ 부른 권윤경과 이 노래를 만든 남편 유지성. 사진제공 이경준

■제2의 전성기…드라마 <첫사랑> OST ‘제1의 전성기’

권윤경은 1993년 데뷔 했지만,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났다. 권윤경은 “20대 후반부터 노래를 했으니, 족히 30년은 넘은 듯 해요”라며 “65.8%로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1996~1997년 KBS 2TV <첫사랑>의 OST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를 불렀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음반제작을 하던 남편 유씨에게 부도 위기가 찾아왔다. 유씨는 “돈이 필요했고, 아내의 노래를 드라마 출연자인 손현주(주정남)에게 부르게 했죠”라며 “음반이 불티나듯 팔려 부도는 막았지만, 아내에게 큰 빚을 안고 20년을 살게 됐어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이번 ‘모르쇠’의 히트가 그런 부담감을 덜게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아내가 종로구 숭인동에서 노래 강사를 가르치는 노래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방 활동 가수라는 얘기가 있는 데, 그것은 잘못된 얘기고요”라고 밝혔다.

부부의 삶은 ‘모르쇠’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모르쇠’의 파장이 제2의 전성기를 넘어, 생활 전반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예기치 못한 폭력이 이들 앞에 엄존했다. 유씨는 “내 휴대전화로 ‘해골을 열어보고 싶다’는 전화가 온 적이 있어요, 겁이 많이 나죠”라고 말했다. 권윤경씨는 “인터뷰를 위해 홍대까지 오는 동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실제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 노래의 파장이 만만치 않아 내 스스로 위축된 듯 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 풍자 트로트를 만든 ‘모르쇠’를 저항 트로트라 칭찬하는 댓글에선 다시한번 힘을 낸다고.

부부는 “이 노래를 거리에서만 듣게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KBS·MBC·SBS에 방송 심의를 넣을 생각이에요. 요즘 국민 정서를 파고 드는 TBS <뉴스공장> 같은 프로그램에선 그나마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또다른 도전의 일성을 알렸다. 부부가 맞잡은 손에는 트로트가 국민의 노래이듯, ‘모르쇠’를 사랑해 준 팬들의 기대에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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