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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입이 무거운 그 남자, 고수

배우 고수는 좀처럼 입을 쉽게 떼지 않는다. 단순한 질문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개중에는 그가 답답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겐 배우로서 과묵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 있었다.

“원래 성격도 신중한 편이지만, 배우로서도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에서 나름의 고민을 하면서 얻어가는 게 있지만 세세하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게 그 때문이죠. 관객이 느끼는 게 중요하지, ‘제가 이렇게 연기했으니 느껴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주제넘는 것 같아요.”

배우 고수, 사진 NEW

고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작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놨다. 납치당한 아들을 찾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 역을 맡은 그는 평범한 가장으로 보이기 위해 18㎏을 불렸다가 일주일 만에 감량하는 초인적인 열정도 보였다.

“아빠들의 평균적인 몸매를 위해 80㎏ 후반대로 찌웠어요. 무조건 꾸역꾸역 먹었죠. 그러다 3년간 납치된 아이를 찾는 설정을 생각해보니 ‘대호’가 그간 식음전폐하며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밥 대신 씨앗만 먹으면서 살을 열심히 뺐어요.”

그의 노력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수놓였다. 영화 초반 고수의 불룩한 배에 시선이 몰릴 정도다.

“실제 제 배 맞아요. 하하. 굳이 살을 찌울 필요까지 있었냐고 하지만 이건 배우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처럼 역에 애착을 가졌기 때문일까. 눈물겨운 부성애 연기는 생활 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얼했다.

“아이를 낳기 전보다는 감정 몰입이 쉬웠어요. 사실 ‘대호’의 절박한 심정은 부모 자식간의 감정이라 누구나 마음 속에 있잖아요? 굳이 실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자식을 찾는 단편적인 감정선을 러닝타임 내내 유지해야만 했던 고충도 고백했다.

“‘대호’는 아이를 구하겠다는 목표 하나밖에 없었요. 그 단순한 감정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게 쉽지 않았죠. 연기적인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고 오롯이 그 절박한 마음에만 집중했어요. 결말을 관객들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연성을 잡아가자고만 생각했어요.”

절절한 마음이 연기에 제대로 녹아든 덕분인지, 자신의 영화였지만 몰입해서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관객의 입장으로 보려고 노력했어요. ‘대호’의 절박한 마음이 와닿더라고요. 에이, 근데 운 건 아니에요. 눈에 먼지가 들어갔던 거죠. 하하. 아무튼 전 재밌게 봤습니다. 시국이 울렁거리고 힘든 상황인데, 다른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고수의 애정이 녹아있는 <루시드 드림>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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