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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헌이 ‘싱글라이더’를 인생영화로 꼽은 이유

“나이를 먹으면 아무것도 아닌 걸 봐도 찡하고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배우 이병헌이 감성에 푹 젖어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나 블록버스터가 아닌 잔잔한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를 통해서다. 40대 기러기 아빠 ‘강재훈’으로 분해 가장의 무게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배우 이병헌,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병헌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까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싱글라이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싱글라이더> 내 인생 영화”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서 주연 뿐만 아니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제작에도 나섰다. 그만큼 애착을 가졌다는 증거다.

“시나리오 선택은 제작 결정 이전에 했어요. 소속사도 저만큼이나 <싱글라이더>를 잘 봤던 건지 제작 참여 의사를 비추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제작을 해본 적 없어서 꽤 중대한 결정이었죠. 흥행 수익을 기대하냐고요? 전혀요. 회사도 기대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다만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느낌이에요.”

이어 <싱글라이더>를 주저없이 인생 영화로 꼽았다.

“다시 이런 시나리오가 와도 또 선택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물의 섬세한 심리나 감정들을 계속 따라가면서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죠. ‘다들 앞만 보고 현재를 못 보는 삶을 사는데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많은 걸 느낄 것 같아요. 저도 연기할 땐 나름의 카타르시스도 느꼈고요.”

이병헌은 실제 나이와 비슷한 인물을 연기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극 중 캐릭터에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특히 ‘강재훈’이 아들의 손을 잡고 진심을 표현하는 장면에선 실제 울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실제 이병헌이란 사람을 뒤돌아보게 한 작품이었어요. 언제 한 번 잠깐이라도 편하게 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나. 앞으로 살면서 가끔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니자고 생각했죠.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자고요. 헌데 정작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 영화를 찍는 한달간 제 아들의 재롱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못 찾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하하.”

■공효진·안소희, 두 여자와 ‘호주 라이프’

이병헌은 극 중 아내 수진으로 열연한 공효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평소 공효진 연기를 진짜 좋아했어요. 특히 <미스 홍당무>는 공효진 아니면 누가 이렇게 표현할까 싶을 정도로 좋다고 여러 번 말할 정도였죠. 이번에도 함께 합을 맞추면서 놀랐던 건 실제 촬영을 마치 리허설처럼 힘을 쫙 빼고 몰입하더라고요. 일상 연기를 참 섬세하게 짚어내는구나 싶었어요. 반면 오열 장면에선 확실히 감정을 토해내는 게 강약 조절을 정말 잘하는 배우라고 느꼈죠.”

과거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안소희도 언급했다. 촬영장에서 보인 그의 남다른 열정을 떠올리며 ‘엄청난 친구’라고 비유했다.

“아무래도 가수였다가 배우가 되는 사람들이 연기력으로 많이 주목 받잖아요? ‘어디 한 번 잘하나 보자’ 식으로요. 그런데 안소희와 함께 연기해보니 정말 연기 욕심이 많고 의욕이 대단하더라고요. 평소엔 무표정이라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모니터 앞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감독과 지독하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랑도 자주 호흡을 맞추면서 캐릭터의 표현 방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한달간 호주에서 촬영했던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사실 이 작품을 호주에서 찍는다고 해서 ‘쉬어가는 시간’으로 여겼어요. 그동안 다른 작품들 때문에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호주의 좋은 날씨를 즐기면서 찍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왠걸요. 일정이 빡빡해서 쉬기는 커녕 정말 힘들더라고요. 또 오랫동안 밖을 떠돌아서 집에도 너무 가고 싶었거요. 저희 아들이 한참 재롱부릴 때라 눈 앞에서 아른거려 그게 힘들었어요.”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극찬할 정도로 작품에 하트를 보낸 이병헌, 혹시나 아쉬운 점은 없을까.

“촬영 시간이 한달 열흘 정도라 짧았지만 아쉬운 건 없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진 몰라도 연기하는 데에 있어선 감정을 유지할 수 있어 더 좋았죠. 그리고 작업 시간이 더 많았어도 지금 완성본처럼 나오는 게 최선이었을 것 같아요. 애초 시나리오가 워낙 완성도가 높아서 더이상 건들 것도 없었어요.”

한편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이자 완벽한 가장인 강재훈(이병헌)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떠나면서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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