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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 감독의 키워드 #강혜정 #박인환 #박유천

“신인감독인 제가 고수, 설경구, 강혜정 등 높은 배우들과 작업하려면 그들을 설득할 확실한 그림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많은 준비를 했죠. 이를테면 영화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을 만들어서 나눠준 것처럼 말이예요. 제 정성에 다들 감동하더라고요.”

영화 <루시드 드림>의 김준성 감독은 스스로 천재 아티스트는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성실하다고 자부했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노력하려고 해요. 대중과 호흡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도 많이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해내려고 하죠.”

영화 <루시드 드림> 연출한 김준성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0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강혜정, 잘생쁨의 대명사”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까페에서 만난 김준성 감독은 데뷔작에 고수, 강혜정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한 것이 행운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 소현 역을 맡은 강혜정은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굉장히 고민되는 인물이었다고.

“영화 속에서 ‘소현’이 자각몽에 대해 설명하는 게 많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중이 이 소재를 잘 모르니까 설명을 안 하자니 영화가 불친절해지고, 설명이 너무 길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는 강혜정의 이름값이 높아서 오는 문제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강혜정의 분량이 적어보인다고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요.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강혜정이 가진 무게감 때문에 분량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분량보다 더 중요했던 건 ‘대호’(고수)를 도와주면서 ‘자각몽’이란 낯선 소재에 전문적으로 접근해야하는 인물이라 작품의 중심을 잡아줬어야 했어요. 그런 면에서 강혜정은 아주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강혜정이 머리를 짧게 자른 것도 김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강혜정이 캐릭터 외적인 것에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촬영 당시 강혜정 딸인 하루가 가장 인기가 많았을 때였는데, 제가 짧게 자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실제로 쇼트커트를 하니 굉장한 ‘잘생쁨’(잘생기고 예쁨) 매력이 나오더라고요.”

영화 <루시드 드림> 연출한 김준성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0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박인환, 김 감독의 자양분

김 감독은 극 중 시니어 심부름 센터 대표 성필 역으로 나오는 원로배우 박인환과 오랜 인연을 자랑했다.

“학생 단편영화를 찍을 때 박인환 선생을 무작정 찾아가서 출연을 부탁했어요. 다행히 그 분도 절 기특하게 봤는지 시간을 빼서 출연해주시더라고요. 나중에 함께 밥을 먹는데 박인환 선생이 ‘나중에 너 감독되면 나 꼭 써라’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셨어요. 그게 현실이 됐고요. 하하.”

박인환은 <루시드 드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머리에 캐스팅을 염두한 배우였다.

“이번 영화엔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력자들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유형으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호텔 사우나에서 얻었어요. 탕 안에 70대 어르신들이 앉아있었는데, 온 몸이 문신이더라고요. 그것도 30~40년이 넘었는지 거의 지워져가고 있어서 포스가 남달랐죠. ‘저분들은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했어요. 그러다가 그 분들 같은 캐릭터가 영화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인환 선생이 떠올랐죠.”

김 감독은 이번 출연 제안에 박인환이 조금 당황해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목도 낯설고 캐릭터도 전형적인 게 아니라 놀라시더라고요. 그런데 액션도 있고 멋있는 역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끼셨나봐요. 흔쾌히 출연을 승낙하셨죠.”

박인환은 그에게 남다른 존재였다.

“늘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절 챙겨주셨어요. 제가 감독으로서 잘 되면 나중에 제 페르소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영화 <루시드 드림> 연출한 김준성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0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박유천, 양면성 강한 배우”

<루시드 드림>은 박유천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개봉일까지 연기됐지만, 김 감독은 박유천 분량을 편집하지 않는 소신을 보였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작품에 진지하게 접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배우예요.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 인기까지 많았고요. 섬세하면서도 개구지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양면성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박유천이 맡은 ‘디스맨’ 캐릭터도 양면성이 강한 인물이었다.

“‘디스맨’은 현실에선 몸이 불편하지만 꿈에선 반대의 삶을 살고 있죠. ‘루시드 드림’ 자체가 실제 이루지 못한 걸 꿈꾸는 거라 현실도피성이 강한데 그런 대비되는 면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러기엔 상반적인 이미지를 지닌 박유천이 딱이었죠. 댄디한 슈트 차림부터 단발머리까지 신기하게 다 어울리더라고요.”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루시드 드림>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히 꺼내놨다.

“어려울 수 있는 소재를 편하게 그렸기 때문에 대중에게 친절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각몽’이 허무맹랑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찾는 부성애가 더해져 보편적인 감정을 획득했죠. 이건 강점인 것 같아요. 그러나 꿈에 대한 철학이나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게 좀 걱정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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