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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Dog썰] 반려견도 우울증에 걸릴까

뻣뻣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개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녀석들, 정신 세계는 얼마나 힘들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자극으로 가득 찬 물웅덩이에 빠진 느낌은 어떨까? 우울증에 걸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겠군.’

우울 장애는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개가 이러한 질병에 걸릴까 의구심이 생길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개 또한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1975년 마틴 셀리그만과 윌리엄 밀러는 개 가슴 높이 정도 되는 낮은 칸막이로 반을 나눈 상자 안에 A그룹의 개 한 마리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개에게 바닥을 통해 불규칙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했습니다. 개가 칸막이를 넘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 전기를 멈추고, 좀 지나면 다시 전기 자극을 가하다가 또 칸을 옮기면 멈췄습니다. 그러자 개는 전기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한쪽 칸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면 멈춘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셀리그만은 B그룹의 개에게는 멈출 수 없는 전기 자극을 불규칙적으로 가한 다음, 그중 한 마리를 같은 상자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개는 그냥 서 있거나 누워서 그저 전기 충격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룹 B의 개들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전기충격으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어떻게 해도 전기충격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했다는 말입니다. 그것을 알고 바로 자포자기하게 된 개는 칸막이를 없애고 다른 쪽에 먹이를 놓아도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냥 상자 바닥에 엎드려 복종적인 자세를 취하고 고분고분 따르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룹 B의 개는 가장 불행한 개입니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사건이 통제 불가능하게 생기면, 이러한 무력감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 저항도 없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자극을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울증의 단초를 제공하게 됩니다. 우울증이 생기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와 열정을 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소통과 교감은 저 멀리 사라지게 됩니다. 나의 반려견이 감당하지 못하는 자극을 아무 생각 없이 자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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