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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LG에 제대로 ‘고춧가루’ 뿌린 김영환의 인생골

두 사람에 가로막혀 제대로 슛을 던질 틈이 없었다. 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던진 공이 백보드를 맞고 거짓말처럼 림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77-76,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3점슛. 양팀 선수들도, 벤치도, 팬들도 믿기지 않는듯 입을 딱 벌렸다.

KT 김영환의 극적인 역전 버저비터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동료선수들이 그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KBL 포토

LG에서 KT로 트레이드 된 김영환이 친정팀에 제대로 고추가루를 뿌렸다. 김영환은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역전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조성민과 맞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자신을 향해 응원해주던 창원팬들에게는 더없이 뼈아픈 결승골이었다.

김영환은 4쿼터 초반 54-59에서 3점슛으로 이날 첫 득점을 신고하며 득점력을 가동했다. 이어 LG 가드 김시래의 공을 가로채 최창진의 속공으로 연결하며 59-59 동점을 만들었다.

접전을 펼치던 KT는 4쿼터 종료 25초를 남기고 조동현 감독의 테크니컬파울로 조성민에게 자유투 1구를 허용하며 74-74 동점을 내줬다. 다음 공격권 마저 쥔 LG는 공을 돌리다 3초를 남기고 김시래의 정면 뱅크슛으로 76-74로 앞서갔다.

곧이은 공격에서 상대의 파울에 1초를 더 보낸 KT는 2초를 남기고 시작한 마지막 공격에서 김영환이 오른쪽 3점라인 밖에서 왼손으로 집어던지듯 쏘아올린 슛이 림을 통과하면서 더없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3쿼터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했던 김영환은 4쿼터에서만 3점슛 2방을 쏴 결정적인 6득점(8리바운드·10어시스트)을 올리며 평생 잊지 못할 드라마를 만들었다. 조성민은 10점 2어시스트를 올렸지만 뜻밖의 역전 버저비터에 넋을 잃었다.

기막힌 한 방으로 트레이드의 울분을 날린 김영환은 반대편 골대로 달려가 힘껏 뛰어올라 림을 움켜쥐는 세리머니로 또 한 번 창원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김영환이 24일 창원 LG전에서 버저비터를 뿜어낸 뒤 림에 매달려 기뻐하고 있다. /KBL 포토

연패를 끊은 최하위 KT는 13승10패를 기록했다. 19승24패를 거둔 7위 LG는 홈 4연승을 마감하며 3연패에 빠져 6위 인천 전자랜드(20승23패)와 공동 6위로 올라설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1게임 차로 멀어졌다.

한편 서울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3점·14리바운드)의 24경기 연속 더블더블 활약을 앞세워 원주 동부를 85-77로 따돌렸다. 동부는 로드 벤슨(14점·12리바운드)이 28경기 연속 더블더블 활약을 하고 웬델 맥키네스가 25점을 뽑으며 분전했으나 2·3쿼터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2연승을 거둔 2위 삼성은 29승14패를 기록하며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30승13패)를 1게임 차로 추격했다. 동부는 23승21패(0.523)를 기록, 2게임을 덜 치른 울산 모비스(22승20패·0.524)에 승률에서 뒤져 5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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