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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아시안게임]눈물의 투혼 보인 김나현 “다빈아 이젠 내가 응원할게”

김나현. 삿포로 | 윤은용 기자

“마지막 날이었잖아요. 울고 싶지 않았어요.”

말과는 달리, 김나현(17·과천고)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김나현은 지난 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67.97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40.80점)과 합한 총 점수는 108.77점.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인 177.27점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점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극심한 발목 통증과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모두 마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 했다.

김나현은 지난해 12월 말 오른쪽 발목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웠지만, 점프를 뛸 때마다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하지만 계속된 대회 참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결국 발목 통증은 더 이상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1월초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대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끝내고 너무 아파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결국 지난 19일 끝난 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김나현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발목을 다친 뒤 계속해서 진통제를 먹었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위해 좀 덜 아프라고 타이레놀 2알을 더 추가해 먹었음에도 발목이 너무 아파 뛸 수 없었다”며 “햄스트링도 4대륙 선수권대회 때부터 안 좋았는데, 여기 와서 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몸상태를 생각하면 이번 대회는 포기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김나현은 그러지 않았다. 올 시즌 자신의 마지막 대회인만큼 후회없이 마지막까지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나현은 “이번 대회가 내 올 시즌 마지막 대회기 때문에 끝까지 하고 싶었다. 출전을 결심한 이상 프리스케이팅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며 “종합선수권 때는 아파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대회였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울지 않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상 때문에 김나현은 3월29일부터 4월2일까지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싱글에 걸려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은 총 24장으로 1·2위를 차지한 선수 국가에 각 3장씩, 3~10위에 오른 선수들의 국가에 각 2장씩 주어진다.

김나현은 종합선수권에서 임은수(한강중)와 김예림(도장중)에 이은 3위에 그쳤으나 임은수와 김예림이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아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지금 몸상태로 도저히 세계선수권에 뛸 수 없다는 판단에 차순위인 동갑내기 라이벌 최다빈(17·수리고)에게 출전을 양보했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피겨 금메달을 따냈다.

김나현은 “솔직히 포기하는 것이 어렵긴 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인데 몸상태가 온전치 않은 나보다 (최)다빈이에게 양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후회는 전혀 없다. 이제는 라이벌이 아닌 친구로써 다빈이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쉬움을 다 감출 수는 없었는지, “이번 대회는 프리스케이팅까지 해서 나에게 10점 만점에 2점을 주고 싶다. 나머지는 점수를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더 참았어야 했는데 자랑스럽기 보다는 아쉽다”고 끝내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비록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한국 팬들은 그가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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