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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입단 3총사 “우리가 한국바둑을 책임진다”

프로의 문턱을 넘어선 문민종·김경환·오병우(왼쪽부터) 등 영재 3총사가 멋진 승부를 약속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리가 내일의 바둑왕이다.’

한국 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3명의 수졸(守拙·초단의 별칭)이 탄생했다. 영재입단대회를 통과한 문민종(14)과 오병우(14), 그리고 지역영재입단대회를 통과한 김경환(15)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한국기원에서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2승자 통과, 2패자 탈락)으로 열린 제8회 영재입단대회 최종라운드 2국에서 문민종이 오병우를 제압하며 입단을 확정지었다.

2003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태어난 문민종 초단은 평소 바둑을 즐기던 아버지의 권유로 아홉 살 때 바둑에 입문했다. 이후 2014년부터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활동해 온 문 초단은 바둑입문 5년6개월 만에 마침내 프로의 문턱을 넘어섰다. 제15회 한화생명배 어린이국수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문 초단이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인 신진서 6단과 신민준 5단 등 선배들의 활약을 이어갈지 관심을 모은다.

문 초단은 입단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이 대회 전까지 영재입단대회에서 다섯 번, 일반입단대회에서 두 번 떨어져 바둑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2년 전 한화생명배 우승 때보다 1000배쯤 더 기쁘다.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들과 많이 대결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기풍에 대해서는 “두터운 전투형이다. 특히 전투에 자신있다. 공부를 하면서 수읽기 실력이 깊어질수록 전투의 묘미를 더 잘 알게 됐다. 이세돌 9단 스타일의 중반 전투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문 초단에게 뼈아픈 반집패를 당했던 오병우는 24일 열린 최종 라운드 마지막 대국에서 박신영을 불계로 꺾고 입단에 성공했다.

문 초단과 함께 2003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태어난 오 초단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집중력을 키우려고 찾아간 군포의 진석바둑도장에서 처음 바둑을 접했고, 초등학교 3년 때부터 본격적인 프로 입문 공부를 했다. 서울 유학 없이 한 도장에서 꾸준히 노력한 끝에 자신이 원하던 프로기사의 꿈을 이뤘다.

“전투에는 자신이 있지만, 끝내기가 좀 약하다”고 자기 바둑의 장점과 약점을 이야기한 오 초단은 “앞으로 목표는 우선 국내대회 본선에서 대국하고 싶다. 물론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끝난 제6회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는 대전 출신 김경환(대전 중리중 3)이 입단 관문을 통과했다. 산만한 성격을 고치려고 취미로 바둑을 시작한 김 초단은 옥득진 8단을 만나 프로를 지망하게 됐고,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김 초단은 “기쁘다. 아직은 실력이 약한데, 입단하게 된 것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데, 당분간은 대전 옥득진바둑도장에서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입단에 대해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조훈현·이창호·이세돌의 예에서 보듯이 바둑은 어릴 때 영재성을 보여야 대성할 수 있다”며 “올해에도 한국바둑의 내일을 짊어질 영재들이 배출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영재입단대회에는 2002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83명이 출전했으며, 지역영재입단대회에는 서울·경기 이외의 지역 거주자(대회 시행연도 기준 2015년 이전 1월1일 이후 출생한 자로서 지역협회 소속 연구생) 34명이 출사표를 올렸다. 문민종·오병우·김경환의 입단으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334명(남자 277명, 여자 57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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