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동영상] 넘어지고 쓰러지고…스키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왕초보의 악전고투

아드리아노 솔라노. 중계화면 캡처

눈에서 한 차례도 스키를 타보지 못한 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초보 스키 선수가 화제다.

베네수엘라 출신 아드리아노 솔라노는 지난주 핀란드에서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 월드스키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는 자국에서 바퀴가 달린 스키만 탔을 뿐 실제 눈 위에서 스키를 탄 적이 없다. 그에게 세계 최고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슬로프를 끝까지 내려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는 첫 레이스인 10㎞ 예선을 절반도 마치지 못했다. 그는 3.5㎞ 구간만 내려왔고 시간은 37분39초가 걸렸다. 다른 선수들이 10㎞를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했다. 그리고 다음 레이스인 1.6㎞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서는 완주는 했지만 순위는 156명 중 최하위였다.

이를 중계한 TV 해설위원은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며 “그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최악의 스키 선수”라고 혹평했다. 한 비평가도 “배고픈 나라인 베네수엘라로부터 지원을 받고 온 선수들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솔라노의 이같은 장면은 외교상 작은 마찰도 일으켰다. 솔라노의 사연을 전해들은 베네수엘라 델시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를 강하게 비난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베네수엘라 선수를 모욕한 프랑스 정부에 강하게 항의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솔라노는 지난 1월 프랑스를 거처 스웨덴으로 들어가 설상 훈련을 하려고 했지만 이를 파리 공항 측이 거부했다. ESPN은 “파리 공항 측은 솔라노의 스토리를 사면초가에 몰린 나라를 떠나기 위해서 만든 극본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결국 실제 눈 위에서 스키를 타보지 못한 솔라노는 기부금 모금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직전 가까스로 핀란드로 건너갔다.

솔라노는 레이스를 마친 뒤 인터뷰에 응했다. 몸은 기우뚱거리면서 자꾸 넘어지려고 했지만 표정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했고 당당했다. 그는 한 노르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정부 때문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서 꿈 하나를 이뤘고 그게 나를 매일 더 노력하게 만들고 있다”며 “동계올림픽에서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드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역대 동계올림픽을 4차례 출전했다. 처음 나선 1998년 나가노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모두 루지로 출전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알파인 스키 선수 1명이 나섰지만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