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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추문으로 막내린 잉글랜드 축구 아마추어 반란

잉글랜드 축구를 들썩이게 했던 아마추어의 반란이 씁쓸한 추문으로 막을 내렸다.

서튼 유나이티드는 26일 영국 토키 플레인무어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내셔널리그(5부) 토키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경기 도중 수비수가 골문을 지키는 촌극을 벌였다. 주전 골키퍼인 로스 워너가 다쳤지만, 마땅한 후보 골키퍼가 없어 생긴 일이다. 결국 수비수 사이먼 도너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이날 “벤치에서 파이를 먹던 골키퍼는 어디 갔느냐”고 비꼬았다.

서튼은 아마추어로 분류되는 5부리그 소속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에 올라 화제를 모은 팀이다. 외판원과 헬스 트레이너, 경비원, 기간제 교사 등이 본업인 선수들의 열정으로 만들어낸 기적에 축구계는 열광했다.

영국 방송 BBC가 지난 21일 서튼이 아스널과 치른 FA컵 16강전을 직접 생중계했을 정도다. 이날 서튼은 아스널에 0-2로 졌지만 오히려 갈채를 받았다. 벤치에서 미트 파이를 먹는 기행을 벌인 서튼 후보 골키퍼 웨인 쇼도 화제의 인물로 조명됐다. 당시 쇼는 서튼이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해 뛸 수 없는 상황에서 관중을 위한 이야기 거리를 만든 것으로 해석됐다.

벤치에서 미트 파이를 먹고 있는 서튼 유나이티드 골키퍼 | 게티이미지/이매진스

그러나 쇼의 기행은 경기가 끝난 뒤 도박 사건으로 번졌다. 서튼을 후원하는 한 도박업체가 ‘쇼가 경기 도중 미트 파이를 먹으면 베팅을 한 돈의 8배를 주겠다’고 내기를 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쇼는 “우리 팀을 후원하는 그 회사에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불명예 은퇴’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폴 도스웰 서튼 감독은 “쇼는 좋은 친구이지만, 구단 이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서튼의 불행은 단순히 한 경기를 골키퍼 없이 치른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FA가 쇼 외에 다른 선수가 쇼가 파이를 먹는 것에 돈을 걸었을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는 탓이다.

서튼 구단 관계자는 “나머지 선수들은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해 몰랐고, 돈을 걸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관여한 선수들이 있다면 그들도 축구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튼이 일으킨 기적이 씁쓸한 추문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도스웰 감독은 “우리가 일으킨 기적이 서글프게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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