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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 LPGA 혼다 타일랜드 2년만에 또 우승

양희영.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양희영(28·PNS)은 억울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동메달을 따낸 펑산산(중국)에 불과 1타 모자란 4위. 지난해 8월 리우 올림픽을 가슴 아픈 시나리오로 마무리했지만, 아쉬운 감정은 자기 안에 굳게 갇아뒀다.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박인비가 금메달로 조명을 한 몸에 받고, 김세영과 전인지는 노메달의 아픔을 다음 올림픽에서 씻겠다고 다짐도 했지만 양희영은 그저 일상의 하루를 보낸듯 차분히 대회를 마무리했다. 양희영은 올림픽 재도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 틈에서 랭킹을 지키는 것이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듯 했다. 실제 양희영은 쑥쑥 커올라오는 후배들을 얘기했다.

어쩌면 싸움은 이제부터다. 양희영의 전성기는 아직 열리지 않았는지 모른다. 양희영이 새 시즌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승컵을 품었다.

양희영은 26일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6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타를 줄여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추격한 2위 유소연(27·메디힐)을 5타 차이로 여유있게 밀어냈다.

양희영은 LPGA 통산 3승째를 거뒀다. 그 중 2승을 이 대회에서 거뒀다. 양희영은 2015년에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이력이 있다.

노림수가 통했다. 양희영은 이 대회를 이번 시즌 첫 무대로 삼았다. 2년 전 우승했던 대회인 데다 경기가 그때와 같은 코스에서 열려 이래저래 기대감이 높았다. 그리고 준비하고 기다린 만큼 결과를 냈다. 그냥 우승이 아닌 대회 역대 최저타 우승을 이뤄냈다. 2007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세운 21언더파 267타에서 1타를 더 줄였다. 그것도 1라운드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로 완승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2017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출발부터 동력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주 장하나(25·BC카드)가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2주 연속 우승컵을 한국선수들이 가져갔다. 올시즌 열린 3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2위뿐 아니라 3위까지 15언더파 273타의 김세영(24·미래에셋)이 차지하며 한층 더 위력적인 레이스를 이어갔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양희영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시즌이 열린 것이기도 했다. 양희영은 최종일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뛴 유소연이 10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는 사이 3타 차이로 쫓겼지만,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4타 차로 격차를 벌리며 침착하게 우승 고지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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