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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의 ‘와인의 정석’…명작의 당당함, 샤토 페트뤼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보르도!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보르도 중앙에 위치한 지롱드강의 지류인 도르도뉴강 우측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포므롤은 메독 와인의 귀족적 산지들과 비교하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 이 포므롤은 보르도에서 가장 명성이 자자한 와인을 만들어 내는데, ‘페트뤼스’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컬트 와인이지만 1950년대 중반까지는 극소수의 애호가들에게만 은밀하게 알려져 있었다.

페트뤼스가 대중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포므롤 호텔업자의 부인이었던 마담 루바가 이 샤토를 상속받은 이후부터였다. 페트뤼스는 주변보다 약간 높은 지형에 자갈 토양으로 정가운데에는 성 베드로(라틴어로 페트뤼스)를 상징하는, 열쇠로 장식된 저장고와 고풍스러운 이층 저택이 웅장함을 자랑한다. 라벨의 예술성은 보르도 대학 미대 학장 출신인 로가노가 디자인했으며, 다른 보르도 와인들과 달리 라벨에 포므롤과 그랑 뱅이라는 두 줄만 기입하고, 샤토라는 단어는 과감히 삭제한다. 그만큼 자부심이 높았다.

마담 루바는 20여년간 포도원을 운영하면서 페트뤼스에 고유함과 웅장함을 불어 넣었다.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포도가 완숙되는 7월경에 기온이 높을 경우 헬리콥터를 이용해 프로펠러 바람으로 포도나무의 열기를 식혀 준다. 정말 대단하다.

마담 루바 이후 소유권은 와인 중개업자였던 장 피에르 무엑스에게 넘어가고, 그가 도르도뉴 지역에 정착하면서 페트뤼스는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다. 무엑스는 원래 페트뤼스 독점권을 가진 상인이었는데 1945년부터 포도원의 경영과 와인 제조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또한 그는 정열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며 페트뤼스를 ‘익명’에서 벗어나게 한다. 1964년부터는 장 피에르 무엑스가 마담 루바의 손녀와 함께 공동 소유주가 됐으며, 이곳의 양조 책임자인 장 클로드 베루에도 페트뤼스를 최고의 와인으로 알리는 데 1등공신이 된다.

보르도 대학 교수이며 와인 전문가인 제라드 세갱은 천지인의 3박자가 맞아야만 최고의 와인이 탄생한다고 역설하는데, 그중 페트뤼스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라 표현한다. 오늘날에는 장 피에르의 아들인 크리스티앙 무엑스의 노력으로 페트뤼스의 명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전과 마찬가지로 메를로 품종만을 사용하는 고집스러움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점토가 섞인 자갈밭인 3000여평의 땅 거의 대부분에 메를로를 재배하는데, 그중에는 수령이 100년이 넘는 나무들도 있다.

보르도 지역 모든 와인 중 가장 고가인 페트뤼스는 과실향과 벨벳 같은 부드러움, 풍만함이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 제값을 한다. 니콜라 드라보디는 “페트뤼스가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매혹적인 향기를 지니고 있어 마시는 사람을 희열에 들뜨게 만든다”고 전한다.

다른 특급 와인들보다 덜 도도하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았지만 명작의 당당함은 현대 와인들 중 지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은 누구?

독일 베스트팔렌 주립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전성완은 Wine&Spirit education trust(WSET/영국 본원) Level 4 Diploma를 수료했다. 이후 WSET(영국 본원) 마스터 소믈리에, 영국 래디슨 에드워디안 호텔 총괄지배인으로 일하다 귀국해 한국조리사관학교 호텔 식음료학과 총학과장, 롯데호텔 나인에비뉴 총지배인을 지냈다. 한국타이어, 교보생명, SK텔레콤, SK건설 외 다수의 CEO 와인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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