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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 ‘외로운 도시’가 들려주는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intro

천지수는 화가다.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에는 ‘지오반니 페리코네’ 이탈리아미술대전(La pittura 4 edizione ‘Giovanni Pericone’)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아티스트로서 갈증을 느낀다. 그러던 2008년, 그녀는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탄자니아에서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한다. 사자처럼 지낸 그 2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은 천지수가 예술가로서 자기정체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천지수에게 아프리카는 ‘맹렬한 생명’ 그 자체였다.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는 사자의 영혼을 가슴에 새긴 화가 천지수가 ‘책의 밀림’ 속에서 매일매일 미술적 영감을 사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일곱 번째 책은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다.

십자가에서 내려져 어머니 마리아에게 안겨 있는 예수. 나는 빠르게 그 윤곽만 스케치했다. 그러고 나서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붕대를 붙였다. 붕대는 서로 떨어진 것을 붙이고 연결하는 행위를, 그리고 무엇보다 치유의 희망을 상징한다.

때로는 마리아와 예수가 한 몸처럼 연결되게 붕대를 길게 붙였다. 아이를 안고 부유하는 형상들에게도 붕대를 붙였다. 다 붙이고 멀리서 보니 그들은 나무에서 가지가 돋는 것처럼 서로 ‘연결’됐다. 다시 ‘한 몸’이 되고 싶은 것이다.

<외로운 도시>는 영국 출신의 문학·예술 비평가인 올리비아 랭이 쓴 책이다. 그녀는 30대에 사랑을 좇아 낯선 도시 뉴욕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실연을 당하고 극도의 외로움과 고독감에 휩싸인다.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의 외로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면서부터 만난 시각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부터 시작해 외로움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사유하며, 고독을 온몸으로 끌어안거나 고독에 치열하게 저항한 예술가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러고는 그들의 삶과 내면으로 치밀하게 파고들어간다. <외로운 도시>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그녀는 일체감을 회복해 주는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연결’을 느낀다. 올리비아 랭은 고독과 갈망은 결코 실패일 수 없으며,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한다.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고통은 신의 메가폰’이라고 말했던 C. S. 루이스의 말도 떠오른다. 그렇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고귀한 희생양’과 같다. 그들의 고립과 고독과 고통은 시공을 넘어와 지금 여기의 나를 치유하기 때문이다.

<외로운 도시> 책 첫 장을 넘기면 성경 구절이 여백의 중앙에 적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한 몸이 된다.’(로마서 12:5)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 문장을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되돌아보며 다시 읽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내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예수’의 모습이 중첩된다. 희생양의 상징. 역사상 가장 고독했을 인간. 그는 고독을 통해 결국 신의 아들임을 입증했다. 마음속 어디선가 내 고독의 파편 한 조각이 날아와 융합을 시도한다.

‘그리고 하나가 되다 - 외로운 도시 20170226’ 53x65㎝, Mixed media

그림 속에서 나는 고독에 붕대를 이어 붙였다. 붕대가 아닌 그 무엇이었다면, 묶거나 묶이는 동안 어떻게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붕대로 서로를 감싸고 치유하고 연결하는 행위에서 나는 자유로움과 일체감을 동시에 느꼈다.

올리비아 랭은 ‘작품들은 고독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고독을 다시 구원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고독에 저항한 예술가들은 결국 그들의 세계에서 고독을 끌어안는다. 그렇게 작품을 창작했다. <외로운 도시>는 고독이 결코 ‘부끄러운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조르주 무스타키의 ‘Ma Solitude’를 오디오에 얹었다. ‘Non,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아니,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내 고독이 있으니~). <외로운 도시>를 읽으면서, 꼭 함께 들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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