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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표예진, 승무원 '비행' 끝내고 연기자로 '비상' [인터뷰]

자신의 일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결정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따를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실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긴 하지만 대단한 결정을 단칼에 하고 이에 따라오는 다양한 시련을 즐겁게 이겨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 표예진이 그랬다. 우연히 찾게 된 승무원의 꿈이 자신의 전부인줄 알았다. 패기있게 그 일을 쟁취했다. 하지만 다시 밀려온 연기의 꿈을 밀어내지 않았다. 전도유망하던 승무원의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자신의 발로 연기자로 섰다.

그의 모습은 지난해부터 안방극장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발랄한 성격의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장했고, SBS <닥터스>에서도 역시 발랄한 성격의 간호사로 등장했다. 이번에 종방한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에서도 발랄하다. 원래 나오는 밝은 기운 때문에 발랄한 역할이 많이 오지만 표예진은 쉽지 않은 20대를 보내왔다. 겉만 번지르르한 신선함이 아니라 오랜 시련 끝에 맺힌 열매와 같은 신선함이라 반갑다.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김다정 역으로 출연한 배우 표예진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드라마가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54회로 거의 10개월을 같이 보냈고 목요일은 보통 하루 종일 촬영이라 거의 가족처럼 지냈거든요. 마치 다음 주에도 목요일 촬영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이번에 얻었던 사람들과 헤어져 가장 아쉽죠.”

그가 <월계수>에서 연기한 김다정은 엄마 이동숙(오현경)의 딸로 어린 나이 아버지를 잃었지만 그 부재가 안 느껴질 정도로 속이 깊은 인물이다. 엄마가 어린 시절 동경하던 가수 성태평(최원영)과 새로 결혼을 하겠다고 해도 반항 없이 오히려 더욱 살갑게 새 아빠를 받아들인다. 그런 그에게 ‘얻었던 사람들’이란 바로 많은 선배 연기자들 특히 엄마 역을 맡았던 오현경으로 대표된다.

“항상 대기실을 함께 썼는데 선배님은 대본을 손에서 안 놓으세요. 하루 종일 대본을 보면서 대사를 맞추시는 거죠. 저도 보다가 쉬는 때가 있었거든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느낀바가 많아요. 그래도 후배들에게는 늘 자상하셨어요. 제게도 힘을 주시고 ‘잘 하고 있다’고 마음껏 하라고 하셨죠. 너무 든든했어요.”

발랄한 다정이었지만 그늘이 없지도 않다. 바로 극중 민효원(이세영)-강태양(현우)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들러리’를 서고 말았던 것이다. 특히나 효원과 다정의 관계는 사돈 사이로 다정에게 실연의 아픔은 더욱 뼈아팠다. 하지만 가족극의 특성상 그는 계속 자신을 거부한 태양과 한 집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김다정 역으로 출연한 배우 표예진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오래 짝사랑한 관계로 나오거든요. 동생이라고 보이는 게 제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 가는 거죠. 저였다면 마음이 안 접혔을 것 같아요. 또 다시 만나거나 대시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까요?(웃음) 그 뒤로도 태양 오빠가 집을 계속 찾아오고 심지어 엄마 결혼식 사회도 보고….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집에서 볼 순 없거든요. 그래서 ‘아츄(효원-태양 커플의 애칭)커플’을 남몰래 안 좋아했어요.(웃음)”

극중 배역이 실연을 당해도 분한 표예진의 모습은 그의 당당한 평소 성격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른다. 평범한 고교시절을 보내던 그는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던 꿈만 있었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일이 좋고, 서비스직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대학생활을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어 항공서비스과를 전공했다. 2011년 모든 승무원 준비생들이 선망하는 국적기 그것도 대한항공의 신입사원으로 합격한다. 면접을 가서도 표예진의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성격은 빛이 난다.

“그때가 만 19세인가 그랬어요. 면접을 가서 ‘장점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소개팅을 가서 한 번도 애프터 신청을 안 받은 적이 없다.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같이 면접을 보는 언니가 당시 28세였나 했는데 면접장을 나와서 몇 살이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제 나이를 듣더니 ‘어려서 그렇구나…’하고 놀라던 기억이 있죠.”

승무원 일은 재미있었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해서 전 세계를 다니는 일도 즐거웠다. 하지만 의외로 승무원 일은 한 달 전 모든 일정이 결정되는 등 반복되는 일과를 견디지 못하면 쉽지 않다. 그는 연기가 좋아 연기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사 1년 반 후, 부모님도 응원하던 승무원 일이었다. 하지만 일과 연기를 병행할 수 없었다. 안 해보고 후회하기 보다는 하고 후회하기로 하고 사표를 던졌다. 학원도 다니고 연예기획사에 스스로 찍은 프로필을 돌리면서 자신을 알렸다. 지금의 회사에 들어간 것은 2015년 10월이었다.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김다정 역으로 출연한 배우 표예진이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소속사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필을 돌리는 일이 쉽지 않았죠. 힘든 시기이긴 했지만 크게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행복이 더욱 컸거든요. 성격상으로 시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세 작품에 이르렀다. 아직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배역을 하진 못하지만 연기자로서의 꿈은 속에서 영글고 있다. 아직은 밝은 캐릭터를 주로 하지만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풍부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를 꿈꾼다. 늘 배시시 웃고 생글생글 답하는 얼굴 뒤로 그늘이 있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의외의 대답을 하기도 했다.

“저, 밝기만 한 사람은 아니에요. 외롭고 어두울 때도 많죠. 드라마 촬영 중에 쉬는 날이었는데 너무 우울해서 무조건 차를 끌고 음악을 틀어대며 춘천까지 간 일이 있어요. 거기서 카페에 앉아 하루종일 앉아 있었죠. 제 성격이라면 소심하고 상처받는 인물도 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표예진에게는 끝이 없다. 그는 <월계수>를 마치고 <닥터스> 오충환PD가 연출하는 이종석-수지 주연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출연한다. 점점 캐릭터도 늘리면서 동경의 대상인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즐겁고 아직은 잃을 게 없기에 더욱 당당하다. ‘인간 비타민’이 진짜 있다면, 바로 표예진을 일컫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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