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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 박인비는 '배짱 여제'...“에리야 잘 친 17번홀, 긴장 안돼”

신기의 퍼트와 강한 멘털, 골프 여제 박인비가 16개월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알린 비결이다.

박인비가 두둑한 배짱과 신기의 퍼트 솜씨를 앞세워 16개월만에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웃는 박인비. /KLPGA 제공

박인비는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6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세계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4개월만에 거둔 통산 18승째다. 2015년 이 대회 타이틀을 2년 만에 되찾으며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위한 힘찬 시동을 시작했다. 박인비는 현재 세계 12위까지 내려가 있다.

신기의 퍼트 앞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박인비는 6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공동선두에 1타 차로 따라붙은 뒤 8번홀부터 5연속 버디를 낚았다. 12번홀이 끝나자 2위 쭈타누깐과는 3타 차로 벌어져 있었다. 5연속 버디에는 8m 남짓한 퍼트(9번홀)도 있었고, 4~5m 거리의 버디 퍼트도 2개나 있었다.

쭈타누깐이 2타 차로 따라왔지만 박인비는 고비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놀라운 퍼트로 상대의 기를 죽였다.

17번홀(파3)은 하이라이트였다. 미셸 위, 박성현이 주춤하는 사이 단독 2위로 올라선 쭈타누깐이 티샷을 핀 1m 앞에 떨구며 압박했지만 박인비는 10m 남짓한 내리막 퍼트를 보란듯이 넣었다. 18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범한 것을 감안하면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였다.

박인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둑한 뱃심을 드러냈다.

“17번홀에서 에리야가 짧은 거리 버디 퍼트를 남기고 있었지만 내 퍼트가 안 들어가라는 법도 없고 에리야 퍼트가 꼭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또 내가 버디 못하고 에리야가 버디해도 1타차 선두였다. 여유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날 신기의 퍼팅 감각에 대해선 “3라운드에 그린이 나한테 빚진게 많아서 오늘 갚아준거라 생각한다”며 농담을 던졌다. 전날 짧은 거리의 퍼트가 계속 실패하면서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선두를 내줬던 것을 돌이킨 말이다. 곧바로 “농담이다”고 선을 그은 박인비는 “비결은 따로 없다. 다만 잘 될 땐 공하고 라인만 보인다. 집중이 잘 된다. 결국 집중력이 열쇠”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3라운드를 마치고 낙담했지만, 퍼트 라인을 잘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연습하지 않고 곧바로 잠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 만큼 자신감이 두둑했다.

박인비는 “시즌 첫 우승을 빨리 했으니 메이저 대회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남은 대회는 편하게 임하게 되기 때문”이라면서 2017 시즌 목표가 메이저대회 우승 추가임을 밝혔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2013년 3승, 2014년 1승, 2015년 2승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통산 7승을 거뒀다. 특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3연패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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