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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제주에게서 바르셀로나의 향기가 난다

제주 유나이티드 마그노가 지난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바르셀로나는 개인기와 정신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단단한 조직력까지 엮어내는 팀이다. 짧은 패스에 의한 템포 축구와 공을 갖지 않아도 영리하게 움직이는 선수들, 조직적이고 헌신적인 협력 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다. 올해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바르셀로나를 닮아가고 있다.

제주는 지난 5일 클래식 개막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다. 골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그림같은 장면들이 자주 연출됐다. 상대 공간을 쉽게 뚫는 2대1 패스, 수비진 틈으로 찔러주는 송곳 패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유로운 인터셉트…. 많은 골이 나지 않았을 뿐 제주 플레이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제주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1승은 지난 1일 일본원정에서 감바 오사카를 4-1로 크게 이긴 것이다. 1패는 지난달 1차전에서 장쑤 쑤닝에게 0-1로 패한 것이다. 그 때도 제주가 막판 결승골로 졌지만 내용에서는 장쑤보다 훨씬 좋았다.

제주가 엮어내는 플레이의 시발점은 개인기다. 마그노, 마르셀로, 황일수, 이창민, 안현범 등 공격수뿐 아니라 수비수들까지 개인기가 좋다. 김원일, 오반석, 조용형 등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를 상대로 발재간을 부린다. 위험지역에서도 볼을 냅다 걷어내기보다 부드러운 패스로 패스의 길을 살린다. ‘발이 좋은’ 골키퍼 이창근도 손이 아니라 발로 빌드업의 한 축을 맡는다.

제주의 촘촘한 조직력과 끈끈한 팀워크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협력 수비와 공수전환에서다. 제주는 부분전술에서 거의 항상 수적 우위를 유지한다. 전체적인 공수 전환도 물론 빠르다. 테크니션들이 서로 협력해서 열심히 뛰면 당해낼 팀은 별로 없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도 “제주의 플레이가 너무 좋고 선수들도 자신감에 차 있다”며 “올해 우승후보는 제주”라고 말했다.

제주는 이번 시즌에 앞서 알토란같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터프한 홀딩맨 이찬동(전 광주), 조커 공격수 진성욱(전 인천), 좌우풀백이 가능한 박진포(전 성남), 중앙 수비수 조용형(전 스자좡), 강인한 스토퍼 김원일(전 포항) 등 수준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입대 등으로 생긴 공백을 메웠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축구는 결국 조화다. 요소요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데려오면 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내가 강조하는 부분을 운동장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다”며 “골 결정력만 보완하면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지난해 71골(38경기)로 전북과 똑같은 골을 넣으며 3위에 자리했다.

제주는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동시에 치른다. 조 감독은 “제주는 FA컵까지 포함해 3관왕을 노린다”며 “목표가 커야 동기부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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