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10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구출하고 입양 보내다가 나 혼자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근본적으로 동물보호법이 바뀌지 않는 한 유기견은 계속 생긴다.”
‘동물보호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배우 이용녀 씨(62)의 눈빛은 달라졌다. 수십 마리의 유기견에 둘러싸여 평온했던 눈빛이 날카롭고 매섭게 변했다.
이씨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가장 바쁘게 뛰어다닌 사람 중 한 명이다. 언론 매체를 만나고 세미나부터 토론회 참석뿐 아니라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촛불집회에도 매주 참석했다.
지난해 말 ‘강아지 공장’ 이슈로 인해 동물보호법 개정은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모든 이슈가 넘어가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이씨는 우울증까지 걸렸다.
“10월까지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달려왔다가 모든 것이 쓰러지니 무력감과 슬픔이 덮쳐 왔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 모든 힘이 빠졌다.”
이씨가 원하는 동물보호법은 원대한 법이 아니다. 그는 “나는 법을 잘 모른다. 가슴에서 울리는 일반적인 기본 도덕, 바른 생활, 상식밖에 모른다”며 “개들이 사랑해서 새끼를 낳고 그 새끼를 잘 키울 곳에 보내고, 그런 일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 배를 갈라 억지로 임신 중절을 시키고, 예뻐서 키우다가 마음이 바뀌어 버리는 행동은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틈틈이 보호소 내 유기견들의 건강을 챙겼다. 그가 얼마 전 입양한 닥스훈트 한 마리는 예전 보호자가 시끄럽게 군다며 뾰족한 물건으로 눈을 찔러 실명했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왕성한 호기심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턱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사람은 개나 고양이를 보면 예뻐하고, 만약 싫어해도 ‘저리 가라’고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 동물을 의도적으로 학대하고 신체를 훼손하는 이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사람도 버릴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법으로 제재하고 반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개는 때려도 돼’ ‘개는 겨울에도 안 추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개가 추위를 안 타나. 개도 피가 뜨거운 동물이다.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다”고 꼬집었다.
이용녀는 ‘개도 추운 날에 춥고 때리면 아파한다’는 기본적인 생각만 해도 세상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가 운영하는 겨울철 보호소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연탄만 50장이다. 50장의 연탄을 일일이 나르고 톱질과 삽질을 직접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기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없으면 사람도 못 산다.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많다. 법으로 기준을 세워주면 그때부터 인식이 변하고 생활화가 되지 않겠나. 동물보호법 개정은 동물에게 특혜를 주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다 같이 살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