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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콘썰리뷰] 한성호 대표님, AOA 이제 솔로앨범 쭉 한 번 가시죠

가수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 물어보면 가수를 꿈꾸는 이유에 대해 “무대에서 느끼는 환희와 전율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어떤 경로로든 한 번 무대에 서 본 사람이면 그 당시의 기쁨을 또 느끼고 싶어한다. 기왕이면 자신의 노래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연은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걸그룹 AOA에게는 콘서트는 다른 어떤 그룹들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2012년 <엔젤스 스토리>를 내고 ‘엘비스’라는 노래를 내고 5년 동안 총 10개가 넘는 앨범을 냈지만 소속사 합동 공연 외에 AOA에게 따로 주어진 무대는 없었다. 최근 정규 1집 앨범을 낸 AOA는 첫 정규 앨범과 함께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기회도 얻었다. 다른 그룹에 비하면 한참은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5년을 그렇게 기다려왔기에 이들의 공연은 그만큼 열정적이었고 그래서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걸그룹 AOA가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에이스 오브 엔젤스’에서 ‘흔들려’ 무대를 꾸미고 있다.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AOA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 <에이스 오브 엔젤스>를 열었다. AOA의 그룹명 약자를 풀어쓴 공연 제목답게 팀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보였다. 공연은 최근 발매된 1집 앨범에서 사설탐정으로 분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착안해 팬클럽인 ‘엘비스’를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유혹하는 AOA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은 시종일관 흥겹게 진행됐다. 물론 그들의 히트곡 중 댄스곡이 많았기 때문이다. 첫 곡이었던 ‘익스큐즈 미’를 비롯해서 데뷔곡인 ‘엘비스’ ‘겟 아웃’ ‘흔들려’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굿 럭’ ‘심쿵해’ 등 가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들의 노래가 연속으로 이어졌다. 거기다 1집 앨범에 실렸던 일본에서 발매됐던 노래의 한국어판인 ‘오 보이’와 앨범에 수록됐지만 활동은 안 했던, 그러나 팬들의 호응은 얻었던 ‘체리팝’ ‘릴리’ 등의 노래도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가로등 불 아래서’와 ‘타임’ 등 느린 노래는 적었다.

무엇보다 이날 돋보였던 것은 멤버들의 개인 무대였다.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대한 팀으로서의 단합을 보여야 하는 신인들의 무대와 다르게 AOA는 거듭된 활동으로 어느 정도 멤버 개인의 능력치도 높아져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나 이벤트성 노래 외에 정식으로 멤버들의 개인 솔로앨범이 발매된 적은 없다. AOA는 이러한 한을 풀겠다는 듯 개인 무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걸그룹 AOA가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에이스 오브 엔젤스’에서 ‘익스큐즈 미’ 무대를 꾸미고 있다.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첫 무대를 한 막내 찬미는 랩과 춤을 함께 선보였고, 혜정 역시 벤의 발라드와 가인의 댄스곡을 함께 선보였다. 귀여운 이미지의 민아는 선미의 노래 ‘24시간이 모자라’를 재연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설현은 비욘세의 노래 메들리, 유나는 <도깨비> OST 수록곡인 크러쉬의 ‘뷰티풀’, 초아와 지민은 각각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자신만의 무대에 목말랐는지는 개인 무대의 꽤 높은 성취도가 증명했다.

또한 ‘겟 아웃’에서는 직접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와 사탕 등을 관객석에 쏘며 호흡했던 모습이나 무대 중앙에 있는 돌출 원형 무대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 그리고 멤버들의 개인 무대 때마다 달라지는 무대 구성과 연출은 이들의 꽤 오랜 시간 콘서트의 다채로움을 위해 애써왔음을 보였다. 또한 AOA는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빅뱅의 ‘뱅뱅뱅’ 등 남자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를 노래 녹음까지 완비해가며 재현하는 등 다른 볼거리를 위해 노력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 AOA의 역사와 무대를 관심있게 봤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AOA가 출범 때부터 내세웠던 밴드-댄스 겸용 걸그룹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밴드 무대가 한 단락 정도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물론 드러머 유경의 탈퇴와 밴드 유닛 활동이 정지된 지 꽤 된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구성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최근 아이돌 그룹들의 콘서트는 막간 영상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데 인서트 영상의 질이 AOA의 구력에 비하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걸그룹 AOA가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에이스 오브 엔젤스’에서 개인 무대를 꾸미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아, 설현, 혜정, 찬미, 초아, 유나, 지민.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멤버들의 개인 무대가 일제히 ‘섹시 코드’ 위주였던 것도 아쉬웠다. 유나의 발라드가 유일해 오히려 튈 정도였으니 다른 여섯 명 멤버들의 무대에서 변별력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각자 나름의 섹시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걸그룹이 낼 수 있는 느낌은 다채롭지 않은가. 다양한 장르 시도를 통해 음악적인 성숙을 보였더라면 하는 생각도 생겼다.

어쨌든 AOA 일생의 첫 단독 콘서트는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는 완전체 무대도 무대지만 개인 무대의 볼거리를 높이는 게 경쟁력이 있을 듯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솔로활동도 필수적이다. 한성호 대표님, 이제는 AOA 솔로 앨범 낼 때가 됐습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무대를 보면 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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