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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와이 슌지 감독, 당신이 韓 고부갈등을 알아?

“어떻게 한국 고부갈등을 다뤘냐고요?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사랑한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가 단편 영화로 오랜만에 인사를 건넸다. 최근 배두나, 김주혁 등 국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영화 <장옥의 편지>를 유튜브로 공개한 것이다. 특히 이와이 슌지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우리나라 고부갈등 특유의 정서를 다뤄 신선한 느낌을 전달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 사진 경향DB

이와이 슌지 감독은 최근 <장옥의 편지>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 ‘장문의 편지’를 ‘스포츠경향’에 보내왔다. 배우들과 협업부터 ‘고부갈등’을 디테일하게 그린 비화까지 모두 털어놨다.

■<장옥의 편지> 작업기

그는 국내 정서를 질감 있게 표현한 것은 각본을 맡은 나츠노(가명) 씨 덕분이라고 했다.

“나츠노 씨가 겪은 실화와 느낌이 이번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됐어요. 나츠노 씨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겪은 슬픔, 그가 삼대에 걸쳐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얘기를 전개했죠.”

극 중 배두나가 친구들을 만나 시어머니 뒷담화를 늘어놓으면서도 애증을 놓지 못하는 설정이나 자기 할 말만 하는 부부, 서로 단합되지 못하는 가족 등 작품 곳곳엔 한국 사회를 리얼하게 옮겼다. 외국 감독의 시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 <장옥의 편지>, 사진 네슬레

“서로 언어가 달라 감정을 공유하는 것엔 시간이 걸리지만 영화엔 국경이나 장벽이 존재하지 않잖아요? 저도 이 작품에 한국적인 것을 표현했다기 보다는 제가 느끼는 그 자체를 그려냈어요. 딱히 뭔가를 참고하지도 않았고요.”

이전 필모그래피처럼 배경 음악의 힘도 여전히 강했다.

“이번 작품의 엔딩곡은 예전에 만든 곡을 보사노바로 재편곡한 거예요. 처음 만난 젊은 남녀 스토리를 담은 가사지만, 후렴 가사가 부부나 가족 이미지와 연동되는 것 같아 차용하게 됐죠. 또 피아노 연주곡은 소절수를 변칙적으로 적용해 군데 군데 사용했어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 음악은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배우 배두나, 사진 경향DB

■“배두나 , 개성있고 훌륭한 배우”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로 작업했다. 일본인으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다.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니 처음엔 소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나 그것 빼고는 다른 어려움이나 위화감은 전혀 없었어요. 일본인과 한국인은 언어만 다를 뿐, 그 외에는 전혀 다르지 않잖아요. 일본인이 한 화난 연기가 다른 나라에서 행복한 연기처럼 보이는 건 아니니까요. 이번 작업으로 ‘언어’는 인간과 인간을 이해시키는 게 아닌 서로 배타하게끔 하도록 진화했다는 제 생각을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촬영 초반엔 장애가 있었다고.

“물론 저는 지시를 하는 입장이라 특별히 문제를 느끼진 않았어요. 다만 통역을 써야했던 배우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함께 준비하고 리허설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특히 배두나는 타이틀롤로서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장옥의 편지> 이전엔 배두나를 자세히 알진 못했어요. 이번 작업을 함께 해보니 상당히 자연스럽고 개성적이며 훌륭한 배우더라고요. 현장을 편안하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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