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편파적인 씨네리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기대도 안 한 이들에게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은 매력적인 간판 하나 없지만 손맛은 기가 막힌 맛집 같다. 강예원·한채아 등, 흥행력 있는 배우들이나 유명 감독 작품은 아니지만 이 영화엔 관객의 입맛을 매료시키는 마법의 조미료가 숨어있는 게 분명하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정직한 제목의 영화다. 무직에서 간신히 비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한 ‘장영실’(강예원)이 특수요원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담아낸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스틸, 사진 영화사 하늘

사실 이 작품의 기대포인트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타이틀롤 강예원과 한채아는 그다지 끌리는 조합이 아니다. 둘 다 이름은 알려졌지만 전매특허 캐릭터나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어 흥행 파워가 다소 약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특히 <더 킹> <재심> <공조> 등 남자 배우 중심의 작품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여성 투톱 영화가 주목 받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2013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이후 두 번째 연출에 나선 김덕수 감독도 이름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 스타성은 없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한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일단 기대치가 낮다는 것부터가 관객의 허를 찌르는 무기가 된다. 비정규직이라고 무시를 받으면서도 순수하게 양심을 지키는 스크린 속 ‘장영실’은 B급 정서의 친근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빚어내며 관객의 마음까지 열게 한다.

이를 연기한 강예원의 변신도 관전포인트다. 예쁜 얼굴을 폭탄머리에 숨기고 어리바리한 말투로 적재적소 망가지면서 보는 이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지능범죄수사대 형사 나정안 역을 맡은 한채아도 나쁘지 않다. 새침한 평소 이미지를 버리고 육두문자에 능한 ‘츤데레’ 여형사의 옷을 입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강예원과 콤비를 이뤄 극을 이끄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인물보다 상황으로 웃기려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묘수다. 보이스피싱에 당해 국가 예산까지 털린 안보국 수뇌부의 무능한 면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어리숙한 행태는 현실을 풍자하며 ‘사이다’ 같은 재미를 전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선과 악이 명쾌하게 갈려 머리 쓸 필요 없이 몰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덕수 감독이 “비정규직이지만 올바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밝힌 제작 의도를 작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티켓 구매력은 다소 약하나 입소문을 타면 흥행 상승세를 수직 상승시킬 가능성을 지녔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영화 <럭키>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오는 16일 극장가로 달려가라.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