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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이터 우습게 보다…한방 먹은 로드FC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국내 첫 여성 격투기 리그 ‘로드FC XX’ 시나시 사토코(일본)와의 -46.5㎏ 경기에서 파운딩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로드FC가 실수(?)를 했다.

자신들이 기획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신반의하기라도 한 듯, 로드FC는 11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여성 격투기 리그 ‘로드FC XX’의 첫 대회를 총 1500석 규모의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었다. 대회 시작 시간까지 표를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대회장 입구에 앉아 스마트폰을 이용해 경기를 시청했고, 결국 로드FC는 티켓을 추가 판매해 ‘입석’관객이 들어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국내 첫 여성 격투기 리그 ‘로드FC XX’는 대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 대회 ‘영건스 32’부터 이미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로드FC는 지난 2년간 국내 대회 대부분을 5500석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었다. 일부 경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석 관중을 동원했고 경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VIP석은 대회 몇 주 전부터 매진이 될 만큼 흥행을 이어왔다.

이날 ‘로드FC XX’도 대회 시작 한참 전부터 팬들이 들이닥치면서 대회장 입구에는 긴 줄이 생겼다. 여느 때와 달리 학생 팬들이 많았고 종종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를 응원하는 팬들. 로드FC 제공

좋아하는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는 ㄱ군(15)은 2시간 넘게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카드가 없어 예매를 할 수가 없었다”는 ㄱ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찍 왔는데 다행히 표가 있었다”며 한껏 웃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는 ㄴ씨(24)는 격투기 관람이 처음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전문 파이터들이 뛰어난 실력으로 경기를 펼치는 데 반해 이번 대회는 우리 또래의 선수들이, 그것도 여자 선수들이 경기를 펼친다고 해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 데이트 코스 삼아 예매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격투기 팬이 확실히 많아진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대회에 나선 국내 선수들은 전부 10~20대의 젊은 선수들이었다. 방송 출연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8·팀제이)와 ‘우슈 공주’ 임소희(20·남원정무문)뿐 아니라 ‘꼬마 늑대’ 박정은(21·스트롱울프)과 ‘여자 권아솔’ 강진희(19·팀강남), ‘악녀’ 홍윤하(28·본주짓수), ‘지니어스’ 심유리(23·팀지니어스), ‘고1파이터’ 박나영(17·프리짐) 등이 출전했다.

‘할리퀸’ 분장을 한 우슈 국가대표 출신의 ‘우슈 공주’ 임소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셔 열린 국내 첫 여성 격투기 리그 ‘로드FC XX’ 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여느 대회에 비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입장곡들이 흘러나왔고 선수들은 제각각 독특한 분장과 포즈로 자신을 어필했다. 노란색과 은색 등으로 머리를 염색하는가 하면 아예 영화 캐릭터 ‘할리퀸’ 코스프레를 한 채 대회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여기에 기대 이상으로 팬들을 놀라게 한 각 선수들의 실력도 박수를 거들었다.

지난해 데뷔전에서 밋밋한 실력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던 임소희는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테클과 함께 파운딩 펀치를 퍼부었고 데뷔전에 나선 심유리는 상대의 기습적인 암바를 힘과 기술로 풀어내는 등 뛰어난 경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본의 베테랑 선수를 상대로 복수전에 성공한 이예지는 소감을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담임선생님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 둘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ㄷ씨(55)는 대회가 끝난 뒤 “예전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는 것 같아 나도 즐거웠다”며 웃음지었다. ㄷ씨는 이어 “지나치게 피를 흘리는 장면이 없는 이런 즐거운 격투기라면 언제라도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경기로 나도 로드FC의 팬이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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